'고승덕 허위비방' 조희연, 당선무효형 면했다…2심 선고유예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청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선거운동 과정에서 경쟁 상대였던 고승덕 변호사(58)를 허위로 비방한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59)이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피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4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2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행이 가벼운 피고인에 대해 일정한 기간 형벌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 동안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으면 선고를 면해주는 제도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당선무효를 피하게 된다. 검찰은 선고 직후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판결에 따라 서울교육 구성원들은 교육감 교체에 대한 불안을 한시름 덜게 됐다. 조 교육감이 추진하던 주요 사업도 힘을 얻을 전망이다.

조 교육감은 올 들어 혁신학교 확대, 자사고·특목고 폐지, 학생인권 강화 등 진보교육 진영의 대표사업과 고교 자유학년제를 기치로 개교한 '오디세이학교', 예비혁신학교, 학교밖청소년 지원정책 등 장기적 지원이 필요한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 밖에도 현재 시교육청 감사관실에서 진행 중인 관내 사립유치원 종합감사, 14일부터 시작되는 하나고 특별감사 등 책임자를 밝혀 엄벌하는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조 교육감은 선고 직후 "지난 9개월의 재판 과정 동안 많은 분에게 빚을 졌다"며 "이 많은 마음의 빚을 서울 교육에 대한 헌신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 공판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조 교육감의 지지자와 취재진 등이 130여 석 규모의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을 가득 채웠다. 재판부가 1시간 넘게 판단 이유를 설명한 끝에 선고 유예 판결을 내리자 조 교육감의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조 교육감의 혐의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고 변호사와 자녀들에게 미국 영주권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공표한 부분은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일부 혐의에 대해서선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고 변호사가 2012년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지인과 기자들에게 "미국 영주권이 있어 미국으로 가서 살면 된다"고 말했다는 조 교육감의 당시 주장이 허위라고 본 것.

조 교육감 측은 합리적 의혹을 제기했을 뿐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고 변호사가 '영주권이 있다'고 말한 정황이 없는데도 조 교육감이 이를 사실인 것처럼 암시한 게 주된 판단 근거가 됐다. 고 변호사가 "나는 미국 영주권자가 아니다"라고 공개 해명한 뒤에도 조 교육감이 계속 의혹을 제기한 점도 인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조 교육감의 행동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고 변호사가 객관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선고를 유예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조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 말 기자회견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 변호사가 미국 영주권자라는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고 전 후보는 과거 미국에 거주했지만 임시 취업비자 등을 사용했을 뿐 영주권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의견과 마찬가지로 조 교육감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현행법상 선거에 관련된 지방교육자치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교육감 자리를 잃게 된다.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30억원에 달하는 선거보전금도 반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