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재건축 "규제 완화해도 사업성 없다" 시큰둥

@김지영 디자이너

정부가 지난 2일 동별 주민 동의율을 완화해주고 현금으로 기부채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재건축·재개발 촉진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현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아파트들의 경우 이번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도 사업성 등을 이유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5일 영등포구에 따르면 지어진지 30년이 넘어 재건축 자격을 얻은 여의도동 일대 아파트는 시범·목화·삼부·장미·화랑·대교·한양·삼익·은하·미성·초원·서울·공작·광장·수정·진주 등 16개 단지다. 이들 단지 대부분 70년대에 준공된 낡은 아파트로 재건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현재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시범·수정·광장·목화·미성 등 5개 단지 뿐이다. 그나마 이들 단지도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더 진척되지 않은 채 사업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이번 촉진책에서 재건축 조합 설립 조건을 동별 구분소유자 2/3 이상 동의에서 1/2 동의로 완화했다. 상가 등 일부 동 소유자의 반대로 사업이 지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른 임대주택 공급시 조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자체가 임대주택 대지 감정평가액의 30%까지 보상하도록 했다. 기반시설 기부채납을 현금납부로 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같은 여러 당근을 꺼내들었지만 여의도 재건축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보장해주지 않는 이상 재건축을 해도 득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의도동 C공인중개소 대표는 "여의도 아파트들은 대개 10층 이상 중층 아파트여서 재건축을 하더라도 가구수를 많이 늘리긴 어렵다"며 "여의도에는 노년층이 많이 살아 오래 걸리고 수익도 불투명한 재건축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의도의 재건축 사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으로 한때 불이 붙었다. 오세훈 전 시장은 2009년 1월 한강변에 위치한 압구정, 여의도, 이촌, 합정, 성수 등 5개 지역을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기부채납 비율을 기존 13%에서 두 배 가까운 25%로 높이는 대신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을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같은 해 3월 목화아파트가 추진위를 설립했고 이어서 광장아파트, 미성아파트가 추진위를 만들었다. 2011년에는 여의도 아파트지구의 용도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상향해 최대 용적률 800%를 적용하는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면서 재건축에 탄력을 얻는 듯 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취임 후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여의도 재건축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여의도동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한강 르네상스 계획이 발표됐을 때 재건축 논의가 활발했지만 백지화되면서 사업들도 대부분 중단됐다"며 "한강 르네상스같이 용적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정책이 아니면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 김모씨(58)는 "정비사업 규제를 푼다는 정부 정책이 나오고 나서 입주자대표 회의를 했는데 역시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아직은 사업성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