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살인' 전말은? "말도 안하고 술마셔…" 바람 핀다 의심

'장롱 살인 사건'의 피의자 강씨가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압송되는 중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송파경찰서는 10일 여자친구를 죽이고 장롱 속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강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진=뉴스1

'송파 장롱 살인' 사건의 피의자 강모씨(46)는 평소에도 상습적으로 여성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장롱에 유기한 혐의(살인)를 받는 강씨는 이혼한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른 가정폭력 전과가 있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3일 저녁 7시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여자친구 A(46·여)씨의 집 안방문 뒤에서 한 시간 동안 숨어있다가 귀가한 A씨를 흉기로 내려쳐 쓰러뜨리고 목 졸라 살해한 후 장롱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범행 후 A씨의 가방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1100만원을 인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강씨는 앞서 2번 이혼한 전력이 있으며, 지난해 5월 이혼한 두 번째 전처를 폭행한 가정폭력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 전 아내들의 진술에 의하면 강씨는 마땅한 직업 없이 용돈을 받아 쓰면서 돈을 받지 못하면 술을 마시고 폭행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전 A씨는 강씨가 경제적 능력 없이 용돈만 타 쓴다는 이유로 "그만 만나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며 A씨의 친척은 "강씨가 A씨의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매번 싸움이 났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이혼 직후인 지난해 5월 중학교 동창회에서 A씨와 만나 교제한 사이로, 최근 A씨가 자신에게 말도 없이 술을 마신다며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범행 전부터 CCTV(폐쇄회로TV)에 자신의 얼굴이 찍히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이동했으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택 인근 지하철 화장실에서 미리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씨는 A씨를 흉기로 내려쳐 쓰러트린 뒤 미리 준비한 플라스틱 끈으로 손을 묶고 남자 관계를 추궁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흉기에 맞은 A씨가 소리를 지르자 강씨는 A씨의 입을 틀어막고 팔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A씨가 사망하자 강씨는 밤 11시까지 3시간에 걸쳐 A씨의 옷을 벗겨 피를 씻어내고 수건으로 방안에 묻은 혈흔을 지웠다. 이후 시신을 장롱에 유기한 강씨는 시신의 팔이 장롱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끈을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도주할 시간을 벌기 위해 장롱에 시신을 넣고 흔적을 지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씨는 현장에서 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와 A씨의 옷, 자신의 피묻은 옷과 수건, 흉기 등 쓰레기통에 버린 뒤 훔친 돈 1100만원 중 600여만원을 도박에 탕진했다.

강씨는 지난 8일 오후 6시20분 경기 고양시 화정동에 위치한 한 공원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범행 추정시각 전 강씨가 화양동 자택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은 뒤 A씨의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장면을 확보, 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앞서 A씨는 지난 6일 오후 2시30분쯤 송파구에 위치한 한 빌라의 1층 주택 장롱 안에서 숨진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발견 당시 A씨는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으며, 양손은 플라스틱 끈에 묶여 있었다.

A씨는 연락이 두절된 것을 이상하게 여긴 가족들의 신고로 경찰에 발견됐다. A씨는 이 빌라의 다른 층에서 부모, 친척 등과 함께 살고 있었으나 이들은 범행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강씨에 대해 살인,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