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빠를수록 불확실성 없앤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면 많은 이론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 경제를 분석하고 시장을 해석할 때 애용되는 이론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론에서 우리들의 기대치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금리는 실질금리에다가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소위 피셔공식이라고 불립니다). 우리가 지인에게 100만원을 1년 동안 빌려줄 때 그 돈을 사용하는 댓가를 받지 않겠다고 해도, 앞으로 1년간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이 10%라면 최소한 10%의 금리를 청구해야 실질금리가 0%가 되는 셈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년 후에 돌려받게 될 100만원의 가치가 현재보다 물가상승률 만큼 떨어지니까 돈을 빌려주는 측은 손해를 감수하게 됩니다.

또 인플레이션은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 함께 오르는 게 일반적인데, 경제활동에 큰 변동이 없어도 우리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면 현재의 인플레이션도 따라서 올라가게 됩니다. 소위 필립스곡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 함의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 객장에 1년 만기 정기예금은 2%, 2년 만기 예금은 3%라고 광고가 붙어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얘기는 내년 요맘때 적용되는 1년 만기 금리가 4%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오늘 적용하는 2년짜리 금리를 3%로 책정된 것입니다. 2년 동안 매년 적용받는 3%는 금년에 적용되는 1년짜리 금리 2%와 내년에 적용되는 1년짜리 금리 4%의 평균인 셈이지요. 이것은 금리의 기간구조 이론이라고 불립니다.

환율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여유자금을 국내에 예치할지 외국에 예치할지 결정할 때, 국내와 해외의 금리차가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요. 즉 해외금리가 높으면 외국에 예치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만약에 외국에 예치하는 동안 그 나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만기가 되어 우리나라 돈으로 환전해 가지고 올 때 그 만큼 손해를 보게 됩니다. 따라서 외국에 투자할 때는 환율이 어떻게 될지 예상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금리평가이론에 따르면 오늘의 환율은 국내외 금리의 차이와 미래의 기대환율에 의해 결정되는데, 우리가 미래에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국내외 금리의 차이가 없어도 현재의 환율이 오르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이 이론들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변수에 변화가 없어도 우리의 미래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상, 금리에 대한 예상, 환율에 대한 예상이 바뀌면 오늘 그 변수들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일이죠. 우리의 미래에 대한 예상이 우리의 오늘의 삶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요즘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이번 주 예정된 FOMC회의에서 금리를 올릴지, 10월로 미룰지, 아니면 12월로 미룰지를 놓고요. 사실 금리인상 얘기가 나온 지는 참 오래되었습니다. 연방준비은행(연준)은 2008년말에 연방기금금리를 0~0.25%까지 낮춘 후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사실 연준은 경기변동에 따라 금리를 자주 조정하여 활용하여 왔는데, 경기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금리를 동결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경기회복 신호가 보이면서 실업률이 6.5% 밑으로 내려올 때까지는 목표를 0~0.25% 사이에서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실업률이 6.5%에 근접해도 경기가 확실히 살아났다는 확신이 생기지 않자 2014년 3월에는 급기야 이 가이드를 폐기하고 최대수준의 고용이라는 연준의 목표를 언급하는 수준으로 한 발짝 물러났습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2% 수준이라는 장기 가이드라인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다가 금년 들어서 3월에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화하면서 4월 회의 때는 건너뛰고, 그 이후에 하게 될 것이라는 신호를 던졌고 그 때부턴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예상은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단골메뉴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 금리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있는 미국 국내 경기지표, 유럽의 경기상황, 중국의 환율정책 변화 등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금융시장은 더욱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앞의 이론에서처럼, 미래에 대한 예상치가 오늘의 경제 금융 변수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하게 되면 예상치가 들쭉 날쭉 하게 되어 그만큼 경제 금융변수가 흔들립니다. 해외의존도가 높고 규모가 작은 나라들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밀물 썰물처럼 움직이면서 특히 불안이 가중됩니다. 불확실성은 언제나 경제주체를 움츠리게 하고, 거시경제에는 독(毒)과 같은 존재입니다.

미국의 경기 회복은 분명 가시화되어 있고 손에 잡힙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않은 점은 있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장기 목표여서 연준이 2%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습니다. 금리인상은 기정 사실화되었는데, '언제(when)'인지의 문제 때문에 다들 고생입니다.

그래서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예상 때문에 불필요하게 변동성을 키우지 말고, 연준이 이번 주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금리인상을 하면서 어느 정도 속도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할지도 슬쩍 알려주면 더욱 좋겠습니다. 물론 함께 발표될 경제전망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이 있는지가 관건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