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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삶이 미몽이라는 것을 눈치는 챘나?

[웰빙에세이] 내 마음의 감옥 3 / 매트릭스와 십우도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5.09.15 09:17|조회 : 6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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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삶이 미몽이라는 것을 눈치는 챘나?
<매트릭스>는 <십우도>와 닮았다. 둘 다 진실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그것이 <매트릭스>에서는 전쟁이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짜 세상과의 전면전이다. 적진은 터미네이터 같은 안전 요원들이 지킨다. 이들과 맞서는 주인공 네오의 마지막 결투. 부드럽게 허리를 제쳐 총알의 궤적을 피하는 유명한 장면도 여기서 나온다. 그는 사랑의 힘으로 부활해서 새로운 차원으로 거듭난다. 죽음이라는 최후의 두려움을 넘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다. 시공의 모든 물리 법칙을 넘어선 절대의 세계로 도약한다. 그는 이제 평화롭다. 무심하다. 완전하다. 모든 정보를 알고 물처럼 흐른다. 그러나 그는 다시 돌아온다. 꿈에 취한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진실에 눈 먼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 네오는 매트릭스에 통첩한다.

"사람들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겠다. 규칙이나 통제, 경계나 국경이 없는 세계,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를!"

같은 이야기가 <십우도>에서는 전쟁이 아니다. 아름다운 여행이다. 동자승이 읽어버린 소를 찾아 길을 떠난다. 얼마 뒤 소의 발자국을 발견한다. 소의 뒷모습을 본다. 마침내 소를 잡아 고삐를 쥔다. 말썽 부리는 소를 길들인다.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돌아온다. 집에 와서 가만히 앉는다. 소도 없고 그도 없는 무심의 경지에 이른다. 모든 것이 여여하다. 다시 저작거리로 돌아온다.

여기서 소는 진실, 진리, 깨달음을 상징한다. 참나, 진아, 불성, 그리스도, 본성을 뜻한다. <매트릭스>의 흰 토끼와 비슷하다. 우리도 소를 찾아 동자승을 따라가 보자.

①심우(尋牛): 우거진 숲을 헤치고 소를 찾아 나선다.
②견적(見跡): 물가의 나무 아래서 소의 발자국을 발견한다.
③견우(見牛): 언덕의 푸른 수양버들 곁을 지나는 소의 뒷모습을 본다.
④득우(得牛): 온 힘을 다해 소를 잡는다.
⑤목우(牧友): 채찍과 고삐를 쥐고 거친 소를 길들인다.
⑥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⑦망우존인(忘牛存人) : 사람은 한가롭고 소 또한 편히 쉰다. 소는 잊고 나만 남는다.
⑧인우구망(人牛俱忘): 채찍과 고삐, 사람과 소가 모두 비어 있다. 공(空)
⑨반본환원(返本還源) : 강물은 고요히 흐르고 꽃은 절로 핀다. 본래청정
⑩입전수수(入廛垂手) : 맨가슴 맨발로 세상 사람들과 어울린다. 저작거리로 돌아온다.

십우도는 12세기 중국 송나라 때 곽암이라는 선승이 그리고 게송을 붙인 것이다. 원래는 팔우도였는데 마지막에 두 단계를 더해 십우도가 됐다. 모든 것이 텅 빈 '空''에 이르면 더 나아갈 것이 없다. 더 깨달을 것이 없다. '空'이 곧 '깨달음'이다. 도교나 소승불교는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맺는다. '空'에 다른 것을 더하면 그 '空'은 더 이상 '空'이 아니므로. 그런데 대승불교는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단계를 더한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깨닫게 하겠다는 자비의 서원을 한다.

예수님의 말씀으로 하면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
지장보살의 말씀으로 하면 "지옥의 모든 중생들을 구제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으리라."
네오의 말로 하면 "사람들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겠다."

그러니까 네오의 이 마지막 다짐이 십우도의 '입전수수'다. 저작거리로 돌아와 다시 세상 사람들과 섞이는 단계다. 네오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매트릭스를 뒤질 때가 소를 찾아 떠나는 '심우'다. "내 컴퓨터가…꿈인지 생시인지…분간이 안 갈 때가 있어"라고 말하던 때다. 네오가 스승 모피어스의 흔적을 발견하고 발자국을 쫓을 때가 '견적'이다. 아름다운 여주인공 트리니티가 다가와 네오를 모피어스에게 안내할 때가 '견우'다. 모피어스에게 매트릭스의 진실을 깨쳤을 때가 '득우', 충격을 넘어 매트릭스에 대항할 힘을 기를 때가 '목우', 매트릭스에 맞설 준비를 마쳤을 때가 '기우귀가'다. 마지막 결투에서 부드럽게 총알을 피하는 장면이 소는 잊고 나만 남는 '망우존인', 무아지경에서 매트릭스 요원들을 제압하는 장면이 텅 빈 空인 '인우구망', 모든 것을 아는 완전의 경지가 '반본환원'이다.

동양과 서양은 역시 다르다. 서양은 흥미진진한 공상 과학 스릴러다. 동양은 그림 같은 우화다. 그러나 둘은 묘하게 닮았다. 둘 다 똑 같은 단계를 밟는다. 똑 같은 곳에 이른다. 똑 같은 세상을 가리킨다. 무경계의 경지를 이야기한다. 매트릭스와 소는 다르지 않다. 깊은 맥락에서 하나다. 둘 다 내 마음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여행에서 시종일관 마주하는 것이 내 마음이니까. 거대한 매트릭스 같고, 떠도는 거친 소 같은 게 내 마음이니까. 표면의식과 잠재의식과 무의식이 층층이 겹쳐 있는 미혹의 세계가 내 마음이니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느 단계에서 마음과 마주하고 있나? 매트릭스와의 전쟁이든, 소를 찾는 여행이든 첫 발자국을 떼기는 했나? 네오처럼 마음 속 매트릭스를 의심하기는 하나? 동자승처럼 마음 속 거친 소를 찾기는 하나? 지금 내 삶이 미몽이라는 것을 눈치는 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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