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없애는 수학 교육의 비결은?

김용재 노리(KnowRe) 대표./사진=노리 제공

사무실에 들어서자 노리(KnowRe) 김용재 대표(37)가 직접 커피를 내왔다. 인터뷰 장소도 사장실이 아닌 일반 직원용 회의실. 자유로운 분위기에 직급의 차이도 없는 듯 했다.


노리는 맞춤형 수학 교육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12년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2013년 '갭앱챌린지'(Gap App Challenge) 1등을 차지하는 등 교육 벤처기업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김 대표를 만나 '노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어봤다.

-대표가 직접 커피를 주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경리 업무를 보는 분이 따로 있지만 현재 출산 휴가 중이다. 원래 커피나 음료는 직접 제공한다. 사장실도 따로 없다.

-출산 휴가가 자유로운가? 벤처 기업에서는 드문 일인 것 같은데….
▶여성 인력이 많은 편이다. 직원 수가 50명인데 정확히 80%가 넘는 것 같다.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보니 보통 3개월 정도의 트레이닝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람을 뽑아서 적응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결혼하고 출산을 하더라도 다시 복직하길 원한다.


김 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딜로이트 컨설팅, AT커니 등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6년간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창업에 뛰어든 인연이 궁금하다.
▶사실 대학교 1~2학년 때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용기가 없었고, 아이디어도 없었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사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직업을 갖는 게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다.

-왜 하필 교육이었나.
▶공공적인 의미를 많이 갖고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했다. 또 교육은 다른 산업에 비해 혁신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요즘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가 많이 발전했는데, 교육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방식이 똑같다. 이 산업에 들어오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는 컨설팅 회사에서 익혔던 방법론을 교육에 접목하고 싶었다. 학창시절 가장 좋아했던 수학을 가지고 교육 컨설팅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창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 컨설팅 회사에 있던 후배 중에 서울과학고를 나온 친구가 있었는데, 동문 홈페이지에 글을 하나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만난 5명과 2007년 여름부터 6개월 정도 주말마다 스터디를 같이 하게 됐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학 교육을 바꿀 수 있는 방법, 학생들을 어떻게 진단하면 좋을지 등을 고민했다.

-힘든 점은 없었나.
▶하고 싶었던 일이다 보니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몸은 고됐다. 2008년 대치동에서 수학 교육 컨설팅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학부모가 학생을 데려오면 1시간 정도 수학 공부하는 습관, 심리적인 것 등을 상담해주는 건데,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돈이 되지는 않았다. 진단을 한다는 것 자체가 1회성이었기에.

그래서 그는 2008년 6월, 컨설팅과 교육을 함께하는 학원을 만들었다. 1년 만에 150명 정도가 올 정도로 운영은 잘 됐지만, 이 역시도 한계를 느꼈다고.

-학원 교육의 한계는 무엇이었나.
▶아무리 한 명의 교사가 소수 인원으로 가르쳐도 개별적으로 봐줄 수는 없었다. 학생 수준도 다 다르기 때문에 이 때부터 교육 콘텐츠를 전달하는 주체가 디지털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1년부터 연구소를 작게 만들어서 교육했던 노하우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설계를 시작했다.

개발 초반에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12년 4월, 미국 NCTM(미국 수학교사 연합회) 콘퍼런스의 참석으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미국의 수학교사 7만명이 찾아오는 자리에서 호평을 받았다. 바로 다음달, 미국에 본사를 세우고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14년 무렵이다.

노리 애플리케이션은 중·고교 교육과정에서 다뤄지는 수학 개념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수학을 게임처럼 접근해 문제를 최대한 힌트 없이 풀면 '코인'을 받을 수 있다. 일단 문제를 제시하는 만화를 보고, 이를 풀기 위한 하나하나의 조합을 만들어 간다. 수학적 개념의 이해를 돕기 위해 5~10분 정도의 인터넷 강의를 청취할 수 있고, 막히는 부분은 힌트 기능을 통해 해답에 세세한 접근이 가능하게 했다.

-한국과 미국의 수학 교육 방식에 차이가 있나.
▶일단 난이도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변별력을 가리기 위한 시험이 되다보니 시험문제가 어렵고, 내신도 평균 40점 정도 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미국은 학생이 기초학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평가가 이뤄진다. 만점도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공백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놀고, 2~3학년에 가서 열심히 하고자 하면 잘 안 된다. 암기과목이라면 따라갈 수 있는데, 수학은 그렇지 않다. 단순한 개념도 파고 들어가면 이전 학교에서 배웠던 여러 가지 개념들이 쓰이기 때문에, 조합해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가이드가 필요하다. 만일 이 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다면 그 학생은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다. 자신이 막히는 부분이 무슨 개념 때문인지 아는 거니까.

'수포자'(수학포기자의 줄임말)를 줄이기 위해 그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대안은 IT기술을 통한 개인화 교육이다.

-IT기술이 수학 교육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나.
▶학생들이 기존에 쓰는 교육 매체는 종이다. 종이 매체의 가장 큰 한계는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얘기는 학생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분석해서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단지 점수만 알 수 있다. 학생이 어떤 개념을 몰라서 문제를 틀렸는지 교사는 모른다.

그는 교육의 디지털화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수준을 고려한 교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교육 주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교사의 역할은 달라지는 건가.
▶미국에서는 이미 교사의 역할이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코칭(coaching)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물론 가르쳐주는 역할을 교사가 하지만, 단방향적으로 다수의 학생들에게 똑같은 강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학생들의 이해도와 수준이 달라서 학생들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수의 수업이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학원에 가게 된다.

그가 설명하는 이상적인 교육 방식은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컴퓨터가 분석해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교사는 학습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담당하며, 학습의 동기부여를 준다는 것이다.

그는 '수학 교육의 표준 플랫폼'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학생들의 수학 교육 표준이 되고 싶다. 다수의 데이터가 쌓이면 좀 더 정교한 개인화가 가능한 플랫폼이 계속 만들어질 것 같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마치 디지털 '수학의 정석'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