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서 10년 투자전문가, 디지털 노마드로 살다

해변가에 누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일할 수 있을까?

“샌프란시스코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후 여러 장소에서 일을 했다. 일이 아닌 여행자의 생활을 택했던 시간도 있었는데, 여행 와중에 현지 회사 등에서 일거리를 받게 됐고 ‘6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여행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에는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자유롭게 살고, 이동하고, 여행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을 때보다 건강이나 경제적인 부분, 생활의 질이 좋아졌다.”

이 인터뷰는 몇 주전 페이스북에서 활발히 공유되던 잔디 블로그의 글 ‘디지털 노마드 세대, 정규직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에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는 도유진씨가 이야기한 내용이다. 디지털 노마드란 ‘일과 주거에 있어 유목민 (nomard)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도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들을 뜻한다’ 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20~30대이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각종 장비를 가지고 이동하며 정착하지 않으며 산다.

일반적인 샐러리맨들과 다른 그녀의 삶은 2030세대들에게 ‘여행을 하면서 자유롭게 일하기’라는 설렘을 주기에 충분한 워너비 삶의 단편을 보여준다. 헬렌 정의 저서 ‘나는 왜 일하는가’에서는 우리가 일에서 느끼는 만족감의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급여가 아니라 자신의 일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 즉 주도성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노마드족은 어딘가에 얽매여 일하지 않고 본인이 일을 하고 싶을 때 일을 할 수 있는 노동의 주도권과 통제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의 저자 제현주는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 사모펀드운용사 칼라일에서 기업 경영 및 M&A, 투자 분야 전문가로 10년을 일했다. 이후 직장을 떠나 롤링다이스 대표이자 사회적 경제 분야의 경영 컨설턴트, 번역가로 살고 있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직장,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되고싶어 하는 성공적인 직업을 가진 저자는 돌연 10년간의 커리어를 뒤로하고 ‘일’에 대해 생각하고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우리가 알던 기존의 ‘일’의 개념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스펙에 맞추어 그럭저럭 조건 좋은 직장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얼마 가지 않아 허무감에 빠지게 된다. 그 지점을 향해 다른 모든 욕망은 미뤄두도록 강요받았는데 그렇게 도달한 지점은 꽃길도 잔치마당도 아니다.”

책의 첫장에서 저자가 언급한 상황은 앞으로 직장에 들어갈 많은 취준생이 고민할 일이고, 현재 직장을 다니는 다수의 직장인이 퇴근 후 술을 한잔 기울이며 동료와 나누는 이야기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일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가지는 의미,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라는 것에 대한 고민, 일과 항상 함께 하는 돈이라는 보상이 가져오는 구속력, 고퀄 잉여짓이 가진 사회적 현상 등으로 시작하고 있다. 또한 누구나 자기소개서를 쓰고 직장을 구하며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문제들을 놓치지 않고 그 고민의 이면과 근원을 파헤쳐 이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놓았다.

'일이 다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욕망과 현실의 조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 어떤 기업을 선택해야 나에게 잘 맞는 일인지를 고민하는 취준생에게도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반부부터 나오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의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개인의 일과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 또한 흥미롭다. 국내의 많은 책들이 취업을 위해서 필요한 스킬이나 입사 후의 직장 생활 적응을 위한 처세술이라면 이 책은 ‘일’이라는 것을 한 사람의 삶의 관점과 사회의 변화적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최근 사람을 구한다는 한 스타트업의 구직 포스팅에 ‘PM과 일정 확인하여 최대 총 근무일의 50%까지 재택 근무 가능(일정 협의하에 해외도 가능)’ 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물론 IT업계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가 가능하겠지만, 이제 우리 곁에도 디지털 노마드족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주는 공고였다.


책의 서문에 저자는 “내가 첫 직장으로 경영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처럼 그곳에서 30년 넘게 일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영미권의 번역서와 다르게 한국인의 일에 대한 정서와 주변에서 보아왔던 사례들을 잘 반영하여 썼기에 내용 또한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온다. 노마드족을 꿈꾸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지은이 제현주, 어크로스)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9597607

◇ 취업 컨설턴트 최경희씨는… 변화하는 기술과 미래의 직업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 지난 10년간 교육 분야에서 일을 했으며, 인크루트와 폴앤마크에서 교육 기획자와 강사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