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청년희망펀드' 기부…맹자의 가르침은?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옛날 어느 농촌에 잘 사는 농부가 있었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돼지와 소에 먹이를 주고, 들에 나가 열심히 일했다. 저녁에는 꼴을 많이 베어와 가축에게 먹였다. 돼지와 소는 살지고, 새끼를 많이 낳았고 그것을 팔아 논과 밭을 더 많이 샀다.

이것을 본 옆집의 가난한 농부가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신이시여! 저에게도 소와 돼지, 그리고 조그만 논과 밭을 주시옵소서. 옆집 농부처럼 열심히 일해 잘 살겠나이다.” 신이 기도를 들어주어 그 농부도 열심히 일해 잘 살게 됐다.


이를 지켜본 다른 농부도 기도를 올렸다. “옆집의 소와 돼지, 그리고 논과 밭을 저에게 주십시오. 옆집보다 잘 살아보겠습니다.” 신은 그의 기도를 들어줬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소와 돼지, 논과 밭을 뺏긴 옆집은 어렵게 됐고, 그것을 받은 이 농부도 그다지 노력하지 않아 함께 못살게 되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 물은 흘러야 생명수

물론 이 얘기는 지어낸 것이다. ‘좋은 나눔’과 결과가 좋지 않은 ‘나쁜 나눔’을 설명하기 위한 비유다. 나눔은 물의 흐름과 비슷하다. 물은 고여 있으면 썩기 쉽다(積水易腐, 적수이부). 반면 흐르는 물은 들판을 촉촉이 적시며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풍성한 결실을 가져온다. 그렇다고 모든 물이 흐를 수 있는 건 아니다.

물이 흐르려면 커다란 △끊이지 않고 솟아나는 샘(水源, 수원)이 있어야 하고 △조그만 물줄기들이 합류하는 도움도 필요하며 △저수지 등에 많이 모여야 한다. 수량(水量)이 적은데 억지로 흐르게 하면 얼마 가지 못해 물줄기는 끊어진다. 게다가 수원(水源)마저 말라붙을 수도 있다.


돈과 일자리의 나눔도 마찬가지다. 돈이 한곳에 쌓여 있으면 부패하기 쉽다. 반면 고르게 나뉘면 막힘없이 흐르고 흘러 더 많은 돈을 만들어낸다. 죽은 만물을 되살려내는 생명수와 같다. 다만 돈을 나누려면 어느 정도 쌓여야 한다. 나눈 뒤에도 계속 나눌 수 있는 힘을 키운 뒤에 나누는 게 지속적으로 나눌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한꺼번에 많은 황금알을 얻기 위해 잡아버리면 황금알은 더 이상 얻을 수 없게 된다.

박 대통령의 ‘청년희망펀드’ 기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기폭제되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깜짝 쇼를 펼쳤다. 조만간 설립될 예정인 ‘청년희망펀드(가칭)’에 2000만원과 매월 월급의 20%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해법을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지도층 의무)’에서 찾겠다는 취지다.

박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 1호 기부자로 나서면서 장․차관, 국회의원, 기업체 CEO(최고경영자) 등의 참여 의사가 잇따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해 결혼은 물론 자녀 낳기를 꺼리는 ‘3포 세대’ ‘5포 세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지도층들의 ‘자발적’ 노력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청년희망펀드’는 ‘좋은 나눔’의 모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시경(詩經)』 편 ‘정월(正月)’시에 나오는 ‘哿矣富人 哀此惸獨(가의부인 애차경독)’이라는 말이 좋은 나눔이 무엇인지 잘 설명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부유한 사람은 괜찮겠지만 홀아비, 과부, 고아, 자식 없는 늙은이는 어찌하랴”는 뜻이다.

바로 이 앞의 구절은 “저 하잘 것 없는 소인배들은 모두 집을 소유하고/천하고 천한 무리들이 나라의 녹을 축내며/이 세상에서 봉록이 없는 백성이란/하늘이 그에게 화(禍)를 내린 것이니”다. 정치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아 분배가 공평하지 않게 됨으로써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뜻이다.

맹자(孟子)는 이와 관련해서 『孟子』 5장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제선왕(齊宣王)이 “왕도(王道)에 따른 다스림이 어떤 것이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홀아비 과부 독거노인 고아를 잘 보살피는 게 정치의 기본

“아내가 없는 나이든 남자를 홀아비(鰥, 환)라 하고, 남편 없는 나이든 여자를 과부(寡, 과)라 하며, 자식이 없는 늙은이를 독거노인(獨, 독)이라 부르며, 부모 없는 어린 아이를 고아(孤, 고)라고 한다. 이 환과독고(鰥寡獨孤)는 곤궁해서 하소연할 데가 없는 사람들(天下之窮民而無告者, 천하지궁민이무고자)이다. 문왕은 반드시 이 네 부류 사람들을 먼저 고려하여 정책을 펴고 인을 행했다(文王發政施仁 必先斯四者, 문왕발정시인 필선사사자).”

며칠 뒤면 한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秋夕)다. 한가위를 앞두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펀드를 만든다는 소식이 반갑다. 다만 ‘청년희망펀드’ 설립이 한차례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지속돼야 한다. 청년들은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미래의 동량들이다. 그들이 떳떳한 일자리를 얻어 결혼하고 자녀를 낳으며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갖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청년들이 제대로 서야 鰥寡獨孤(환과독고)들도 따듯하게 보살필 수 있다. 그런 소외층들을 최소화하고, 그들이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정치와 경제정책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