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 청년희망펀드 약정액 비공개 "오더 없었다"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해 청년희망펀드 기부 약정서에 서명하고 있다.

일부 은행권에서 청년희망펀드 강제가입 논란이 벌어진 것과 관련 정부가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다. 주요 부처 장관들도 이를 의식해 약정금액을 비공개하기로 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일시에 2천만원과 월급 20% 기부를, 황교안 국무총리는 1천만원과 월급 10% 기부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장관들은 기부액과 조건을 비공개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오전 대구에서 열린 청년 20만+일자리 박람회 행사를 마친 뒤 주거래은행인 KB국민은행을 통해 청년희망펀드 약정서에 서명했지만 기부액수나 조건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청년희망펀드는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라면서 "기부액을 비교하거나 일률적으로 가입하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일부 KEB하나은행이 청년희망펀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직원들에게 약정을 권유하는 등 강제가입 논란이 벌어진 것과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장관들중 가장 먼저 기부약정에 나선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22일 막판까지 액수공개 여부를 고민하다 비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부는 자발적으로 이뤄져야하는데 장관이 액수를 공개하면 산하기관이나 업계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된다"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성의를 표시하면 되지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장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로부터) 별도 오더(지시)는 없었고 장관들이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좋은 취지가 사라지고 관치니 강제성 논란으로 쏠리는 것에 대해 크게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최 부총리나 임 위원장의 약정액 비공개가 추후 다른 장관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공개라지만 총리가 약정한 액수(일시금 1000만원에 매달월급의 10%인 130만원)를 기준으로 조금 낮은 수준에서 기부결정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