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렌털 소비자피해 '눈덩이'...피해 막으려면?

#A씨는 2010년 한 정수기회사의 냉온정수기 1대를 월 렌털료 1만9900원에 60개월간 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정수기회사의 영업직원은 정수기를 추가 렌털할 경우 사용기간 3년이 지나면 정수기가 모두 A씨 소유가 되고 렌털료가 1만9900원에서 9900원으로 할인된다고 안내했다. A씨는 그 직원의 말을 듣고 정수기 3대를 추가로 설치했지만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정수기회사는 추후 소유권 이전과 렌털료를 할인 받을 수 있는 기간이 3년이 아니라 5년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한 생활가전업체가 설문조사에 응하면 헬스기구(950만원) VIP 무료체험 기회를 준다고 해서 무료인 줄 알고 렌털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월 19만8000원씩 발생하는 할부금을 회사 측이 현금으로 고객 통장에 입금하고, 할부금융업체가 이를 다시 출금해 가는 '금융리스 렌털' 방식을 활용했다. 지난 1년은 회사 측이 고객 통장에 금액을 입금하면서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지난 7월 회사 측이 렌털료 지원을 중단하면서 할부금융업체는 고객 측에 렌털료 입금을 독촉하고 있다.

렌털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 피해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할인조건이나 VIP혜택, 이벤트 당첨 등 소비자를 현혹할만한 조건을 내세워 렌털 계약을 체결한 뒤 추후에 다른 계약조건을 내세워 추가요금을 요구하거나 금융채무를 떠넘기는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가전업체인 한일월드는 지난해 5월부터 신상품 체험단 모집 명목으로 950만원 상당의 음파진동 운동기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홍보에 나선 뒤 1만400여명의 고객을 모집해 약 1000억원 규모의 렌털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이 회사는 고객들의 향후 렌털기간에 따른 채권을 BNK캐피탈 등 금융업체 측에 약 680억원을 받고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무료인 줄 알고 계약서를 작성했던 소비자 입장에선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인정보가 제2금융권 등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이에 한국소비자원, 금융감독원 등 관련기관은 렌털 제품을 계약하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총 계약기간 및 의무사용기간, 위약금 산정기준 등 중요사항을 확인하고 총 렌털비와 일시불 구입가를 꼭 비교해 본 후 계약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한일월드 사례처럼 소비자가 인지한 계약 외에 별도의 이면 약정서를 통해 자금지원을 약속하거나 고객이 부담할 금액이 없다고 강조하는 경우, VIP혜택이나 이벤트 당첨으로 고지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선 공짜라는 말로 유혹하는 상술이 유행하고 소비자도 그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미 발생한 피해와 관련한 소비자 측 대응으로 회사, 채권양수인, 은행·카드사 등에 렌털 계약해지 의사를 기재한 서면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해 계약 해지를 통보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내용증명서에 해지사유로 유지·보수 서비스 불이행, 경영악화로 인한 신뢰관계 파괴, 계속거래의 중도해지 등을 명시한 뒤 이후 분쟁에 대비해 내용증명서를 보관하라"고 조언했다.

또 "계약해지 후 소비자는 사업자에 해당상품을 반환할 의무가 있으므로 사업자에게 해당상품을 가져갈 것을 요구하고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잘 보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일정기간 동안 렌털료를 지불한 뒤 계약 종료 후에 소비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소유권 이전형 렌털'의 경우 매년 소비자 상담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 상담건수는 2011년 7447건, 2012년 6988건, 2013년 8558건에 이어 2014년에는 1만2000여건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