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유럽서 '희귀질환약' 또 지정…'블루오션' 공략속도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이 용출기 앞에서 개발중인 제품의 약효가 생체 내외에서 동일한 효능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종근당

종근당 (61,100원 ▼700 -1.13%)이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이 고도비만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벨로라닙'이 유럽에서 '시상하부 손상 관련 비만'이라는 희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5일 종근당에 따르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최근 '벨로라닙'의 시상하부 손상 관련 비만 적응증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임상시험 시 세금감면, 신속심사 등의 혜택과 함께 임상 종료 후에는 10년간 독점판매권도 받게 됐다.

유럽연합(EU)은 인구 1만 명당 5명 이하가 앓고 있는 희귀질환 가운데 치료제가 없는 경우, 개발 중인 치료제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해 각종 혜택을 준다.

시상하부는 식욕과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데, 이곳이 손상되면 식욕조절 기능이 상실돼 비만으로 이어진다. 시상하부 손상 비만 환자는 매년 유럽과 미국에서 1200명 이상 발생하고 있고,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다.

종근당 관계자는 "벨로라닙 시상하부 손상 비만 적응증은 호주에서 임상2b상(후기임상)을 준비 중"이라며 "그동안 임상 결과를 토대로 치료 효과가 높다고 판단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벨로라닙'은 앞서 또 다른 적응증인 유전성 비만 '프레더윌리 증후군'에 대해 2013년과 2014년 각각 미국식품의약국(FDA)과 EC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개발과 상업화 혜택을 받았다.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로 두 개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게 된 셈이다.

이번 시상하부 손상 관련 비만 적응증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게 됨에 따라 벨로라닙의 임상통과 가능성과 상업화 효과는 한층 높아지게 됐다.

종근당은 자체 개발한 벨로라닙을 미국 제약사 자프겐에 기술수출하고 공동 개발 중인 상태로 임상 단계별로 자프겐으로부터 마일스톤(목표 달성시 지급금액)을 받게 되며 상업화 시 판매 로얄티도 받는다. 자프겐 보유지분 0.8%(올해 1분기 기준)에 대한 평가이익도 높일 수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자프겐 주가는 지난 1년간 100% 가량 상승했다.

종근당은 벨로라닙 외에도 희귀질환 '헌팅턴병' 치료제로 'CKD-504'도 개발 중이다. 현재 전임상 단계로 임상에 돌입할 경우 이 역시 선진시장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제약산업 분석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10.5% 성장해 전체 전문의약품 성장률 5.2%를 크게 앞지를 전망이다. 판매 단가가 높은데다 선진시장에서의 희귀의약품 지정 후 개발과 상업화 효과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희귀성의약품은 '블루오션'이지만 신약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수요가 적은 국내에서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며 "다국적 제약사와의 전략적 제휴로 글로벌시장 공략에 나서면 높은 상업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