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쇼크에 '가솔린의 귀환' '하이브리드의 약진'이어져

2016년형 뉴 익스플로러/사진제공=포드

'가솔린의 귀환', 그리고 '하이브리드의 약진'.


폭스바겐그룹의 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자동차 시장에 일대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그간 '디젤엔진과 독일차', 이 두 개의 키워드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수입차 시장에도 큰 판도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디젤엔진은 친환경과 고효율 이미지를 등에 업고 고속 성장을 해왔고, 독일차들은 이 엔진 제작에 주력해왔다.

올 1~8월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디젤차의 점유율(연료별)은 69%, 독일차의 점유율(국가별)은 69.2%에 달했다. 수입차 10대가 팔리면 7대는 디젤차·독일차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두 키워드가 가진 프리미엄이 예전만 못하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폭스바겐그룹은 물론 독일차, 더 나아가 유럽차 전반의 평판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형국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 상당 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그림자가 있으면 빛이 있는 법. 이번 사태로 인해 그간 디젤에 가려졌던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한쪽으로 쏠렸던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진 계기가 됐다는 평도 있다. 절대 강자에 맞서기 위해 칼을 갈며 내공을 쌓아온 신차들이 올 하반기에도 반격을 위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닛산 맥시마/사진제공=한국닛산

◇가솔린의 귀환 = 한동안 가솔린 차량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외면 받아 온 게 사실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값 부담이 큰 자동차 오너들에겐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게 보여서다.

하지만 계기판으로만 볼 수 없는 가솔린 차량의 가치도 많다. 구조적으로 더 우수한 정숙성과 편안함, 부드러운 주행능력 등의 장점들이다. 게다가 엔진과 부품 관리가 디젤보다 쉽고 수리비용이나 소모품 비용이 적게 들어 차량을 오래 탈 소비자에게 적합하다는 평도 많다.

고연비라는 디젤차의 장점도 저유가로 상당 부분 희석됐고 친환경 인증 강화로 디젤 기술 개발 비용이 높아져 가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가솔린차 시장에 있어서는 미국차들이 강세를 보인다. 특히 포드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익스플로러'는 지난 6월 국내 수입차 판매 10위권에 진입한 유일한 가솔린 모델이다.

지난달에는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가 '2016 뉴 익스플로러'를 내놨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1990년 미국에서 최초 출시된 이후 전 세계에서 7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다.

새 익스플로러에는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이 최초 탑재되는 등 상품성이 강화됐다. 엔진은 트윈 터보 차져 시스템과 가솔린 직분사 기술의 조화를 통해 최고출력 274마력, 최대토크 41.5kg·m의 힘을 구현한다.

기존 3.5리터 모델 대비 토크가 15% 이상 향상됐다. 포드는 올 연말에는 대형 SUV '올-뉴 링컨 MKX'도 잇따라 출시해 '가솔린 명가'의 명성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쉐보레 임팔라/사진제공=한국GM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GM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쉐보레 '임팔라'도 가솔린 플래그십 세단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도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아왔다. 동급 최대 출력(309마력)과 토크(36.5kg.m)를 발휘하는 3.6리터 6기통 직분사 엔진과 동급 최대 토크(26.0kg.m)에 기반한 뛰어난 성능의 고효율 2.5리터 4기통 직분사 엔진을 함께 선보였다.

일본차들도 대거 가솔린 차량들을 내놓고 있다. 한국닛산은 지난 1일 신형 가솔린 스포츠 세단 '맥시마'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출시했다. 1981년 세계 무대에 데뷔한 맥시마는 닛산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모델 중 하나로 이번 모델은 8세대다.

닛산 스포츠카의 DNA를 이어받은 맥시마는 14년 연속 미국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세계 10대 엔진'인 VQ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303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뿜어낸다. 닛산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접목된 '차세대 엑스트로닉'을 조합, 부드러운 승차감과 우수한 복합연비 9.8km/리터를 달성키도 했다.

혼다코리아도 동급 최고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프리미엄 8인승 SUV '올 뉴 파일럿'을 새로 출시했다. 이 차에 탑재된 V6 3.5L 직접 분사식 i-VTEC 엔진은 최대 출력을 기존 257마력에서 284마력으로 끌어올리고, 최대 토크 역시 36.2kg·m 로 향상시켜 보다 파워풀한 주행이 가능하다. 복합연비 8.9km/리터로 동급 최고 수준의 연료 효율성을 지원한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대형SUV 특유의 주행성능은 물론 우수한 경제성까지 갖췄다"고 소개했다.

'올 뉴 파일럿'/사진제공=혼다코리아

◇하이브리드의 약진= 그간 '클린디젤'과 친환경차 경쟁을 펼쳐온 하이브리드 차는 수혜주로 꼽힌다.

하이브리드의 선두주자로는 일본의 토요타(렉서스)가 꼽힌다. 실제 토요타는 올해 프리우스 등 하이브리드카의 글로벌 판매 비중이 14%인 반면 디젤차는 12%로 폭스바겐(25%)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하이브리드차는 정차 시에는 엔진이 꺼지며 저속 주행시에도 전기모터 위주의 주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게 돼 친환경차의 대명사로 불린다.

가장 최근에는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가 '올 뉴 ES'를 국내에 출시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는 3년간 약 1만1000대 이상 판매돼 '프리미엄 하이브리드'라는 새 시장을 개척한 장본인이다.

렉서스 올 뉴 ES/사진제공=한국토요타

렉서스 ES300h의 경우 가솔린 모델인 ES350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뿐만 아니라 렉서스 하이브리드는 취득세 및 등록세 최대 140만원 감면, 교육세와 개별소비세 최대 130만원 면제, 공채 할인율 적용 시 약 28만원 할인 등 보이지 않는 혜택들까지 갖고 있다.

특히 렉서스 하이브리드는 소음과 진동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디젤 엔진과 달리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수한 정숙성과 진동 특성을 보인다"며 "디젤차에서 접하게 되는 역한 냄새나 굼뜬 반응도 렉서스 하이브리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자신했다.

한편 국내 최대 완성차 기업인 현대기아차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7월 내놓은 2016년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연비 16.8 km/리터(16인치 휠 기준)의 장점으로 올 1~8월 8334대 판매했으며 올 4분기 중에는 신형 K5 하이브리드도 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비(比)디젤 차들이 다시 주목을 받는 추세"라며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카·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의 개발과 양산화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