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뜨거운 감자 '안심번호' 믿어도 돼?

지난 주 국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단연 '안심번호'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를 도입할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면서다. 개인정보 침해 소지 여부도 논란에 한 몫 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인 '안심번호'가 어쩌다 개인정보 침해 소지에 휩싸였을까. 안심번호는 050으로 시작되는 11자리 가상 전화번호로 유무선 전화번호를 대신해 사용할 수 있다. 택배 기사의 개인 연락처 유출 방지를 위해 택배업계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한 번 쓰고 폐기하거나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다.

여야 대표가 합의한 국민공천제는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전달받은 안심번호를 기반으로 중앙선관위가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통사로부터 성별·연령·지역이 고르게 분포된 유권자 표본을 각각 안심번호를 부여한 형태로 넘겨받아 이를 기반으로 정당이 여론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안심번호는 사용 후 폐기되고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기관은 표본 유권자 정보가 없다고 하지만, 개인정보 침해 소지는 있다.

우선 이통사가 고객의 성별, 연령, 지역 등 개인정보를 선거인단을 꾸리는 정보로 활용하는 과정 자체가 위법이다. 고객이 이동통신사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 때는 특정 목적(통신서비스 제공)을 제한해 정보의 수집·활용을 동의했기 때문이다.


사전 동의 없이 이동전화 이용자에게 여론조사 전화를 거는 것도 위법 소지가 있다. 정보통신망법에서도 사전 동의 없는 개인정보 활용을 금지한다. 더 크게 보면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을 침해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안심번호를 부여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더 큰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안심번호 등 명단이 안심번호서비스 기관에서 선관위, 정당, 여론조사기관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보안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각 기관들이 해당 보안 규정 등을 준수할 능력이 되는지도 봐야 하고 또 수시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는 것.

이런 이유로 정보보호 전문가들은 안심번호를 국민공천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제도, 설비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고객에게 사전에 국민공천제에 활용될 안심번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고 거부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안심번호를 다루는 사업자, 기관 등의 정보보호 제도, 시스템도 상시 점검할 법제와 물리적 인력도 보완돼야 할 사항이다.

정보보호전문가들은 "역선택 논란 등을 차치하고 우선 개인정보 침해 소지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로 도입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법개정은 물론 물리적인 시설 개선 등도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