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부터 취침까지… 스마트폰 하나면 '프리패스'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눈을 뜬 육예은씨(가명). 알림을 끄고는 스마트폰 바탕화면에서 오늘의 날씨를 확인한다. 후딱 준비하고 현관문을 나왔는데, 아차! 지갑을 두고 왔다. 집에 다시 돌아가기에는 '지각'이라는 단어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충분함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회사로 향한다.

버스가 도착하고 스마트폰을 내민다. 지하철로 환승하면서도 다시 스마트폰을 찍는다. 회사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고는 모닝커피를 사러 내려간다. 스마트폰에 지문을 찍고 카드리더기에 갖다 대니 결제가 된다.

업무를 마치고 친구와 만나 즐거운 저녁 식사. 지갑 두고 온 이야기로 한창 수다를 떤 뒤 스마트폰으로 식사비를 계산한다. 집에 오는 택시에서도 역시 스마트폰이면 걱정 끝.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는 그동안 봐뒀던 물건이 '핫딜'로 올라와 '간편결제'로 결제했다.

아뿔싸! 택시에서 내리려는데 그만 스마트폰이 배터리 부족으로 꺼지고 말았다. 지갑도 없는 상황.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마쳤다. 육씨는 오늘도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으로 e북을 보다가 잠에 든다.

삼성페이는 기존 카드 단말기에 터치하는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하다/사진=삼성페이 광고

6년 전 국내에 첫 보급된 스마트폰이 '결제'를 품에 안았다. 올해들어 경쟁적으로 내놓은 '간편결제' 덕에 지갑 없이도 생활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오프라인 결제까지 방점을 찍은 서비스는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여기에 '티머니'를 품은 페이코가 가세해 사실상 스마트폰으로 모든 결제를 할 수 있게 됐다.

간편결제 시장은 온라인에서 먼저 열렸다. 지난해 말 출시한 '카카오페이'를 필두로 SK플래닛의 '시럽페이',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NHN엔터테인먼트 '페이코' 등이 경쟁적으로 출시됐고 인터파크가 2012년 출시한 '옐로페이'도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1년 동안 카카오페이는 가입고객 500만명을 유치했고, 시럽페이는 가입자 100만명에 누적 거래액 9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간편결제가 대부분 온라인에 국한돼있어 소위 '쓰는 사람만 쓰는' 서비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온라인 간편결제를 서비스하는 기업에서도 "생각보다 사용성이 높지 않다"거나 "아직 지갑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8월 삼성페이가 출격하고 페이코가 오프라인 서비스를 본격 시작하면서 사용성은 크게 높아졌다.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 등에서 지원하는 삼성페이는 신세계계열 마트, 백화점 등과 주유소, 코레일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의 모바일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가 보유한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루프페이를 인수함에 따라 삼성 스마트폰에 탑재됐다.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기능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맹점에서 별다른 결제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결제해 달라"는 요구에 당황해하는 점주가 많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상점에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페이로 결제 불가능한 신세계 계열에서는 '신세계 SSG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 사용자가 SSG페이 앱(애플리케이션)에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현금과 상품권으로 'SSG머니'를 충전한 후 결제 때 신용카드와 SSG머니의 결제 금액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방법이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스타벅스 등 그룹 계열사 9곳에서 사용가능하다. 올해 안에 주유소와 영화관 등으로 제휴업체를 늘릴 계획이다.

티머니를 품은 페이코는 대중교통, 택시 등을 비롯해 티머니로 결제 가능한 모든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NFC(근거리무선통신) 터치 방식을 사용해 별다른 앱 구동 없이도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삼성페이에 비해 오프라인 가맹점 숫자는 적지만 티머니 유심칩이 장착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이용자가 사용가능해 이용자 기반은 더 풍부하다.

페이코 티머니로 대중교통 결제가 가능하다/사진=페이코 광고

페이코의 또 다른 강점은 배터리가 없이도 약 2시간 동안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 티머니는 NFC 방식으로 결제 단말기와 통신하는데, NFC 칩은 소량의 전류로도 구동 가능해 휴대폰 배터리 방전으로 화면이 꺼지게 되더라도 잔류 전류를 이용해 일정시간 동안 티머니 결제 처리가 가능하다.

삼성페이의 강점이 폭넓은 가맹점, 페이코의 강점이 이용자층이라면 시럽페이의 강점은 '시럽오더'와의 연계를 통한 모바일 선주문 서비스다. 현재 200여개 브랜드 4000여개 매장에서 선주문으로 식음료 메뉴를 구매할 수 있다. 향후 OK캐쉬백, T스토어 등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도 예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일부 가맹점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간편결제가 전체 가맹점 범위로 확대되면서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보안과 분실 위험에 대한 중요성도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