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4곳 또 입찰담합, 과징금 281억

머니투데이

세종=정진우 기자

건설사들이 또 담합을 하다 적발돼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업계에선 올해 말 호남고속철도 등 이명박 정부 시절 대규모 공사에서 이뤄진 담합 사건에 대한 처리 결과가 나올 예정인 탓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1년도 5월에 발주한 서해선(홍성~송산) 복선전철 제5공구 건설 공사 입찰에서 현대건설 (32,400원 ▲1,050 +3.35%) 등 4개 사업자가 사전에 투찰가격을 합의하는 등 담합을 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80억6600만원을 부과한다고 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등 4개 건설사는 서해선 복선전철 제 5공구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공사 추정가격의 94%대에서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이 공사는 총 10개 공구로 입찰이 진행됐다. 그 중 제4공구와 제5공구는 턴키공사 방식으로, 나머지 공구는 최저가낙찰방식으로 입찰이 실시됐다.

이들 건설사는 입찰일(2011년 9월7일) 일주일 전쯤 서울시 종로구 소재 커피숍에 모여 추첨 방식을 통해 각 사의 투찰 가격(투찰률)을 결정했다. 4개 회사는 사전에 합의한 투찰 가격대로 투찰을 했고, 설계점수가 가장 높은 대림산업이 낙찰자도 결정됐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입찰담합)에 의거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80억6600만원을 부과했다. 건설사별 과징금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이 104억6300만원, 대림산업인 69억7500만원, 현대산업개발과 SK건설이 각각 53억14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이번 입찰담합 제재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건설사들의 입찰담합 문제가 또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어서다.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발주한 대규모 토목공사의 입찰담합 비리 공소시효가 5년이기 때문에, 올해 말 공정위에서 관련 사건에 대한 처리 결과를 발표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지난해와 같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걱정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사회 기반시설에서 입찰담합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재발 방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공공 입찰담합에 관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