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영입한 카페베네…직원은 '긴장', 시장은 '기대'

최승우 카페베네 신임 사장 / 사진제공=카페베네

"좋은 조직은 군살이 없어야 합니다. 머리와 손은 섬세하게, 허리와 다리 근육은 탄탄하고 강하게 만들겠습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카페베네 본사는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사 설립 7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 신임사장(CEO)이 취임식에서 단기간 내에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최승우 카페베네 신임사장은 "회사의 재무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조직과 시스템, 프로세스"라며 "경영 효율을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이 3가지 부문에서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외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다"며 "(직원들도)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구원투수로 나선 신임 CEO…직원은 '긴장', 시장은 '기대'=소니코리아 본부장, 한국보랄석고보드 부사장, 한앤컴퍼니(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전무, 웅진식품 대표 등을 지낸 최 사장은 기업 경영정상화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2013년 12월,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웅진식품 대표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수익성이 낮은 상품 생산을 과감히 중단하는 한편 불필요한 시스템을 개선해 수년간 적자였던 영업이익을 1년여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카페베네 임직원이 초긴장 상태인 것도 이 때문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사업 본부별로 최근 3년간 실적과 조직운영 등 현안을 정리해 최 사장에게 보고하고 있다"며 "최근 2∼3년간 직원 수가 많이 줄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겠지만 조직구성이나 시스템 등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헬스&뷰티 전문점 등 신규사업을 활발히 추진하던 2012∼2013년 600∼700명이던 카페베네 직원 수는 현재 200여 명으로 줄었다.

시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페베네가 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신임사장이 구원투수로 나선만큼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뼈를 깎는 변화의 시작…조만간 해외 전략도 대수술=카페베네 창립자인 김선권 회장이 최 사장을 전격 영입한 것은 그만큼 회사 사정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2008년 회사 설립 후 단숨에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토종 커피프랜차이즈 신화를 썼던 카페베네는 2012년 이후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매출액은 2012년 2207억에서 지난해 1464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012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31억원으로 감소했다. 628억원 매출을 기록한 올 상반기에는 3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베이커리 '마인츠돔', 헬스&뷰티숍 '디셈버24' 등 신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자금 흐름이 악화 됐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등 외부에서 수백억원대 투자를 받아 부채를 갚는데 써야 했다.

최 사장이 국내 사업 정비가 마무리되면 조만간 해외 사업에서도 대대적인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페베네는 해외 부진에 대한 돌파구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지난해 미국과 중국 법인이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매장 늘리기에 급급했던 기존 카페베네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보수적인 잣대로 사업성을 분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