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이 떨어지면 임금이 오른다?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최근 10년간 미국의 필립스 곡선/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경기가 좋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래서 실업률이 떨어지면 일손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죠. 그러면 임금은 올라가는 게 상식입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했으니, 노동수요가 늘고 공급이 빠듯해지면 자연히 노동의 가격(임금)도 상승하는 것이죠. 반대로 실업률이 높아지는 불경기 때에는 임금증가율이 낮아집니다.

이런 아주 상식적인 특성을 그래프로 그려서 보여주는 것이 '필립스 곡선'입니다. X축에 임금증가율을 놓고, Y축에는 실업률을 표시하면 그래프가 '우하향' 하는 모습이 나오겠죠.

그런데 이런 상식이 실제 경제에서는 거의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를 보실까요? 금융위기 이후로 실업률이 계속 떨어져왔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증가율은 2.0% 안팎에서 요지부동이죠. 뭐 보기에 따라서는 아주 미세한 '우하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의미 있는 기울기는 아닌 듯합니다.

상식과 경제학 이론에 반하는 이 현상은 다른 누구보다도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연준은 실업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 금리를 올리려고 합니다. 실업률 하락은 임금증가와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전통적인 공식 때문이죠. 그런데 그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들어서 제로금리, 초저금리 정책을 훨씬 더 오래 제공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합니다. 임금이 안 오른다는 건 그만큼 경제가 취약하다는 증거이며 섣부른 긴축은 그래서 경제회복세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그러다가는 때를 놓칠 수 있다"며 선제적인 대응을 주장합니다. 미적거리다가 임금이 갑자기 뛰기 시작하면 고삐를 잡기가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뒤늦게 황급하게 긴축에 나서다가는 경제가 갑자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미국의 임금은 왜 이토록 오르지 않는 걸까요? 다음 기회에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5년 10월 5일 (16:27)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