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현지 직원 "삼성 세탁기, 조성진 LG사장 다녀간 뒤 고장"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사진제공=LG전자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사건' 당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의 행동으로 세탁기가 눈에 띌 정도로 망가졌다는 법정증언이 나왔다. 이는 조 사장 측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돼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독일인 C씨(28·여)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윤승은) 심리로 열린 조 사장의 재물손괴 혐의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C씨는 사건이 벌어진 지난해 9월3일 조 사장이 방문했을 때 삼성전자 전시실에서 일하던 인물이다.


C씨의 증언에 따르면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들이 전시실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탈블루 세탁기를 보고 돌아간 직후 직원들은 세탁기에 문제가 생긴 사실을 확인했다. 문이 아래로 처져 힘을 줘 들어 올린 채 닫아야만 하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직원들은 상부에 이 일을 보고했고, 삼성전자 측은 전시실에 보안요원을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방문객들이 직접 세탁기를 만지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방문객들이 고장 난 세탁기를 만져보고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C씨는 또 "LG전자 임직원이 다녀가기 전에는 세탁기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전시실 직원들을 제외하면 조 사장 등이 다녀간 이후 세탁기를 만진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C씨는 자신이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들의 행동을 눈여겨보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세탁기를 어떻게 만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은 조 사장 측 주장과 배치된다. 조 사장 측은 정상적인 세탁기도 힘을 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태가 될 수 있고, 문제의 세탁기가 파손된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조 사장 측은 또 "세탁기를 만지는 동안 전시실에 있던 직원들이 의식하지 않았고, 이는 세탁기를 파손하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C씨는 배치되는 주장을 내놨다. C씨는 당시 삼성전자 임직원이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어 조 사장 등을 삼성전자 임원으로 착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 사장과 조한기 세탁기연구소장(상무)은 지난해 베를린에서 열린 IFA(유럽가전전시회) 기간 중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사장은 홍보 담당 임원과 함께 '삼성전자 제품의 사자 때문에 (세탁기가) 손상된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내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후 삼성과 LG는 모든 법적 분쟁을 멈추기로 합의하고 삼성은 재판부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