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현금 쌓은 동양, 장내 지분경쟁 불 붙을 듯

동양시멘트 지분을 매각한 후 알짜회사로 변신한 ㈜동양을 두고 레미콘·시멘트업계간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최대주주인 레미콘업체 유진기업과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6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동양은 동양시멘트 지분 매각에 따라 지난 2일 법원으로부터 회생채무 조기변제를 위한 회생계획 변경 결정을 받아냈다. 변경된 회생계획안에는 ㈜동양이 채권단에 향후 10년에 걸쳐 갚아야 할 회생채무 3049억원을 할인율 없이 조기에 변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양은 동양시멘트 지분을 7943억원에 삼표에 매각하면서 빚 3049억원을 가진 회사에서 현금성 자산만 4894억원을 보유한 알짜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보통 채권단에 회생채무를 조기 변제하면 현재가치로 할인율을 적용받지만 ㈜동양은 동양시멘트 지분을 시가의 두 배인 7943억원에 매각하면서 할인율을 적용받지 않았다.

㈜동양은 동양시멘트 지분 매각을 마무리하고 채권단 회생채무를 조기 변제하면서 법원의 관리를 받을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 법원은 조만간 ㈜동양의 회생절차를 종결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M&A를 주관해 새 주인을 찾아줄 수도 있지만 ㈜동양은 지분이 소수지분으로 분산돼 있어 M&A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판단이다. 이에 따라 장내 지분 매입을 통해 ㈜동양 인수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동양의 경영권 지분을 놓고 유진기업과 삼표가 다시 한 번 맞붙을 것으로 본다. 유진기업은 이미 ㈜동양 지분 5.67%(1346만5646주)를 장내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레미콘업계 1위인 유진기업이 ㈜동양 경영권을 확보하면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다. ㈜동양은 올 상반기에 레미콘사업에서만 939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동양 전체 매출의 44.8%다. 레미콘업계 2위인 삼표도 유력후보다. 삼표가 ㈜동양을 인수하면 레미콘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제3의 업체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동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장내에서 법인의 주식 순매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두 달 동안 투자자별 거래에서 '기타법인'은 ㈜동양 주식 1238만3891주를 순매수했다. 특정 업체가 장내에서 꾸준히 주식을 모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이나 시멘트업체 대부분이 ㈜동양이 보유한 5000억원의 현금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 것"이라며 "㈜동양은 뚜렷한 최대주주가 없어 법원의 관리를 벗어나면 지분 경쟁과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