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겨울인데…" 강남 재건축發 전세난 본격화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12월까지 이주해야 하는데 전세든 월세든 구하기 어려워 세입자들 걱정이 많아요."(서울 강남구 개포동 H공인중개소)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주공3단지가 지난달 30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이달부터 본격 이주에 들어갔다. 모두 116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이주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1970가구 규모의 인근 개포시영도 내년 초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예정돼 있다. 강남 재건축발 전세난 우려가 고개를 드는 이유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 5일부터 단지 내 이주관리센터에서 조합원들의 이주비 신청을 받고 있다. 전용면적별 최대 이주비는 △35㎡ 4억3000만원 △42㎡ 5억3000만원 △50㎡ 6억3000만원 등이다.

인근 개포주공5단지와 6단지 54㎡의 전세 실거래가격이 3억원 중반대에 형성(이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돼 있어 이주비 지원을 통한 이사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거주 조합원은 100가구가 채 안되는 등 세입자 비율이 90% 넘는다. 3단지 매매가는 현재 35㎡가 7억원 초반, 42㎡가 8억원 초반대에 각각 형성돼 있지만 전세보증금은 35㎡ 5000만~7000만원, 42㎡ 7000만~1억원 수준이다. 시설이 낡아 주거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보증금이 낮았던 것.


결국 현 세입자들의 경우 이같은 보증금으론 인근에서 대체 전셋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개포주공 1·4단지의 전·월세 가격이 비슷해 세입자들은 대부분 임대매물을 알아보지만 최근 이들 단지의 임대료도 크게 오르는 등 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소들의 설명이다.

개포동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개포주공 1·4단지도 전세는 거의 없고 월세만 간간이 있다”며 “1·4단지 월세가 보통 보증금 1000만원에 임대료 50만~60만원선인데 현재 월세 80만원까지 나온 매물도 있다”고 말했다.

개포주공3단지에서 20년째 거주한다는 주민 최모씨(58)는 “아이들 학교 때문이라도 근처로 이사하고 싶은데 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아예 경기도 외곽으로 나가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푸념했다.

강남 재건축발 전세난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지난 5월 개포주공2단지 1400가구가 이주를 완료한 데 이어 일원동 현대사원아파트 465가구가 지난 8월부터 이주를 시작했다.

내년 초에는 개포시영의 이주가 예정돼 있고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4단지(2841가구)는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강남권 재건축으로 인한 전세난이 우려되자 서울시도 지난달 10일 개포시영과 강동구 고덕3단지의 이주시기를 늦추도록 조정했다. 고덕3단지와 개포시영은 빠르면 올 11월과 내년 1월에 각각 관리처분인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처럼 재건축 시기를 조절해도 전세난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시기 조정은 이주민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병목현상을 완화할 순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는다”며 “재건축이 늦춰져 사업비가 늘어난 사업장에선 반발이 상당하기 때문에 시기조정 정책을 계속 시행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2017년 이후에는 전세난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본다”며 “정부도 임대주택이나 공공분양 등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꾸준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