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철 前 해참총장, 무죄…'통영함 비리' 입증 실패한 합수단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돼 5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동생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스1

통영함 납품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58)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통영함 비리의 정점으로 황 전 총장을 지목했지만 혐의 입증에 실패한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이날 황 전 총장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합수단은 황 전 총장의 배임죄가 △구매계획서와 제안요청서를 작성하는 단계 △제안서를 평가하고 대상 장비를 선정하는 단계 △미국 방위산업체 H사와 협상하는 단계 △구매시험평가 단계 △기종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각각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합수단은 황 전 총장이 구매계획서와 제안요청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H사를 위해 이른바 '맞춤형 사양'을 제시해 다른 업체들이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게 했다고 봤다. H사가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총 3개 항목이 평가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데도 '조건부 충족' 판정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이어 H사가 '조건부 충족'된 3개 항목을 추가로 평가하기 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제동을 걸지 않은 채 시험평가를 통과해 본계약까지 맺게 했다는 것이 합수단의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합수단의 단계별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황 전 총장이 H사를 위한 '맞춤형 사양'을 제시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합수단은 H사가 단독으로 사업에 응찰한 점을 들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경쟁사들의 관계자들이 "기술적으로는 사업에 참여할 능력이 있었지만 장비와 인력에 새로 투자하고도 수요는 적어 경제성이 없어 사업을 포기한 것"이라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H사의 제안서가 일부 평가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조건부 충족' 판정을 받은 부분도 문제가 없다고 인정했다. 당시 음파탐지기를 제외한 다른 장비들도 일부 시험성적서를 추후에 제출받는 조건으로 '조건부 충족' 판정을 내렸던 만큼 통상적인 업무 범위에 있었다고 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황 전 총장이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혐의도 무죄로 인정됐다. 합수단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항목을 '조건부 충족'으로 평가한 행동에 대해 이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황 전 총장이 당시 H사의 부품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합수단 측 주장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합수단은 황 전 총장의 범행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 직접적인 혐의와는 무관한 내용까지 공소장에 올렸지만, 그마저 사실로 인정받지 못했다.

한편 통영함 비리는 합수단 출범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합수단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합수단은 이날 즉각 항소할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