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솎아내기', 중소기업 1934개 집중 평가

금융당국이 좀비기업 정리를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채권은행의 집중 평가 대상 중소기업이 지난해 대비 20% 증가했다. 11월 발표될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의 숫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세부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이 총 1934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는 채권은행들이 신용공여합계액 500억원 미만 기업의 재무구조를 평가하는 제도다. 올해 이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은 1만7594개사로 지난해 1만6994개보다 3.5% 증가했다.

채권은행들은 지난 7월 이들 기업 중 부실징후가 있는 세부평가 대상 기업을 선정해 현재 정밀 분석 중이다. 세부평가 대상은 지난해 1609개에서 올해 1934개로 325개(20.2%) 증가했다.

전체 대상 기업이 3.5% 늘어난 데 비해 부실징후가 있는 세부 평가대상이 20% 증가한 것은 금융당국이 좀비기업 정리를 위해 엄격한 평가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세부평가 대상 선정기준은 최근 3년 연속 영업적자,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자산건전성 요주의 이하 등급인 기업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올해는 2년 연속 영업적자이거나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기업까지 포함시키도록 지도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계상황에 직면한 기업들이 증가, 적기에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올해는 도매업, 부동산업 등 10여개의 취약업종을 정해 이들 업종의 중소기업에 대해선 보다 엄격한 평가를 주문했다”며 “이 때문에 세부평가 대상 기업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최근 “중소기업 신용평가를 엄격한 기준으로 실시하고 은행들이 경영정상화가 어려운 한계기업에 대해선 적기에 구조조정을 추진, 정상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지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세부평가를 마치고 최종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별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 C등급을 받은 기업은 워크아웃에 들어가야 하며 D등급은 은행의 자금지원이 중단돼 사실상 퇴출된다.

지난해에는 54개 기업이 C등급, 71개 기업이 D등급을 받은 바 있지만 올해 세부평가 대상이 20% 넘게 늘어남에 따라 C, D등급 기업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채권은행들의 세부평가가 이달 말 마무리되면 평가결과에 대한 검증을 거쳐 11월 중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