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硏 “미국 금리인상, 신흥국에 더 충격”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로이터

미국이 향후 금리인상을 시작할 경우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충격이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최근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과 자원수출국들이 저유가와 경기둔화로 어려움이 지속된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으로 자본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압력까지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은 과거 1994년 신흥국발 금융위기 과정과 유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6일 발표한 미국 금리인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연내 미국 금리인상 충격이 신흥국에 집중되면서 2004년보다는 1994년처럼 신흥국 금융불안이 예상된다”며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낮지만 성장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 금리인상은 12월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연준 당국자들의 올해 적정 정책금리 수준 평균값은 0.4%, 내년말 적정금리 평균치가 1.4%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1회, 내년 4회가량의 금리인상 컨센서스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비록 중국 등 신흥국 경기불안으로 9월 금리인상을 미뤘지만 연내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연준 통화정책 신뢰성이 흔들리고 국제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추가인상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일단 연내에는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국제금융시장에선 미국이 세계경제를 고려해 인상시점을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과거 연준의 정책 스탠스를 감안하면 연내 금리인상이 유력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연준 금리인상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신흥국에 충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2004년 금리인상기는 브릭스(BRICs) 등 신흥 경제국의 성장기여서 금리인상 충격을 감당했으나 1994년 금리인상기에는 중남기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가 멕시코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이는 수년 후 아시아 외환위기의 시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상황은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흥국이 성장세가 둔화되는 시기여서 1994년과 비슷한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도 6%대 성장이 예상되며 브라질도 만성적자에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했고 러시아도 원유하락에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된다.

국제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과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신흥국 통화가치는 200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신흥국을 이탈한 해외자금 규모는 400억달러(약 48조원)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과 외채상황 등을 감안할 때 다른 신흥국보다 충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나라가 아직 국제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상황이 더 나은 신흥국’이지 ‘안전한 도피처’는 아니기 때문에 불안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다.

미국이 예상을 깨고 금리인상 시기를 더 늦추더라도 우리나라에 긍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달러화 강세가 주춤해 유로화, 엔화 강세가 심화될 경우 이들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고 이에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경기변동성에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 여지가 더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개시하더라도 우리도 곧바로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국내 경기부진 및 낮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상당기간 금리인상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며 “수출부진 및 경기불안감이 심화될 경우 추가 금리인하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