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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 청소년은 '콩나물 시루', 물 주면 무럭무럭 자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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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지 기자
  • 2015.10.07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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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즐거운학교다]②꿈터학교

[편집자주] 공교육을 외면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매년 6만여명의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했다. 6년 누적 집계로 36만명에 이르는 학교 밖 청소년 중 소재가 파악된 이는 8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28만명의 청소년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머니투데이는 이들에게 새로운 배움터를 소개하고자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손을 잡고 서울의 대안교육기관을 소개하는 '서울은 즐거운 학교다' 시리즈를 정기적으로 연재하고자 한다. 공교육과 비공교육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학생, 학부모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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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터학교 학생들이 학교 정원에서 밝게 웃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서울 강동구 선사마을에 위치한 한 단독주택. 대문을 여니 작은 정원과 2층짜리 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빨랫감이 주렁주렁 열린 건조대, 정원 오른편에 심어진 방울토마토가 손님을 맞았다. 정원의 터줏대감인 고양이 '명량이', '노량이'는 도도하게 계단 난간을 거닐고 있었다. 여느 평범한 가정집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신발이 가득한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예상이 빗나갔음을 느꼈다. 문을 열자마자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수다 소리가 유쾌하게 울리는 이 곳은, 서울의 도시형대안학교 중 유일하게 기숙형으로 운영되는 '꿈터학교'다.

◇하루종일 함께 하는 기숙학교 "생활 습관 교정에 효과적"
"담임선생님이 도둑 이름을 무기명으로 적어내라고 했는데, 여기서 진짜 도둑인 영아(가명) 말고 다른 사람 이름이 한 사람 쯤 더 나오면 어떨까?"(서진 길잡이 교사)
"영아를 괴롭혔던 진서(가명)는 어때? 그럼 두 사람이 한 번 크게 충돌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박현진, 17)
"학급 아이들이 진서 편으로 쏠리면 영아가 비로소 자신이 왕따란 사실을 알아차리겠네!"(장민지, 16)

지난달 16일 꿈터학교 2교시 '몸짓' 시간. 서진 지도교사가 꿈터학교 학생 10여명과 함께 연극 만들기 수업에 한창이었다. 서 교사가 아이디어를 던지면 아이들은 각자 의견을 제시하며 함께 스토리를 전개시켜 나갔다. 연극은 왕따를 당하는 영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날은 주인공이 일진 친구에게 돈을 상납하기 위해 급우의 지갑에까지 손을 대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서 교사는 "연극을 만들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직·간접적으로 투영하고, 자연스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고 설했다.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곧장 부엌에 들어가 일사불란하게 점심을 준비했다. 이 날의 메인 메뉴 궁중떡볶이를 조리하는 것도, 따뜻한 쌀밥을 짓는 것도, 상을 펴고 수저를 놓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었다. 홍현우 길잡이교사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까지 모두 수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이 곳에서 식사를 할뿐 아니라 기상부터 취침까지 모든 생활을 같이 한다. 상근 교사 3명이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고, 수업 교사 20명은 학생들과 토론형·밀착형 수업을 진행한다.
꿈터학교 전경. 반지하층에는 학생들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커피를 직접 내릴 수 있는 작은 카페 등이 마련돼있다. /사진제공=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터학교 전경. 반지하층에는 학생들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커피를 직접 내릴 수 있는 작은 카페 등이 마련돼있다. /사진제공=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터학교의 하루는 새벽 6시 30분에 시작해 저녁 10시 30분에야 끝이 난다. 학생들은 저녁 7시까지 '걷기 예찬', '몸짓', '한지 공예' 등 정규 수업에 참가하고 이후엔 교과별 학습을 진행한다. 수업은 국어, 수학, 영어 등 일반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이 주를 이룬다. 홍 교사는 "학생들 학습 수준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수업은 1대1로 이뤄지며 아직 공부할 준비가 안 된 일부 학생은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생활이나 인성면에서 지도가 더 필요한 학생들은 부모와 상의해 교과 수업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루의 마무리는 청소와 일기쓰기다. 이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에서 지낸 학생들은 주말동안 집에 돌아간다.

학생들은 기숙 생활에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다. 지난해 꿈터학교에 들어온 박현진양은 "다른 대안학교에 다닐 때도 지각이 잦았는데 다 함께 생활하다보니 여기에서는 늦잠을 잘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김송빈(16)군은 "잘못된 일이 있을 때마다 선생님들이 바로 지적해주는 점이 버릇 교정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민지양은 "공동체 중심으로 모든 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자치 활동 능력을 키운다. 특히 학생 스스로 신입생의 입회를 결정하는 점이 눈에 띈다. 배영길 꿈터학교 대표교사는 "재학생들은 2주 동안 신입생과 생활하면서 학교에 대한 이해와 적응을 적극 돕는다"며 "2주의 과정이 지나면 입학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학생들의 과반수가 찬성해야만 입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외 학생은 '콩나물 시루', 물 주면 모르는 새 자란다"
꿈터학교는 지난 2004년 배영길 교사가 설립했다. 배 교사는 청소년지도사로 지역 수련관 등에서 일하다가 2004년에 꿈터학교를 만들었다. "청소년 기관 일을 하면서 시스템의 한계를 자주 느꼈습니다. 이를테면 소위 '노는 애들'이 수련관에 모여 춤을 추고 있으면 '수련관 이미지가 떨어진다'고 불호령을 들었고, 캠프 하나만 기획하려고 해도 안전장치 등 각종 문제를 운운하는 분들의 결재를 받느라 진땀을 흘렸죠. '과연 이 곳이 청소년을 위한 공간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진짜 소외된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꿈터학교가 기숙형으로 운영된 것은 아니다. 배 교사는 "처음엔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하다가 몇몇 문제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학생들이 등교시간인 9시를 지키지 못해서 매일같이 아이들을 깨우러 집에 가는 일이 잦았고, 일부 학생들은 학교 밖에 있을 때 먹을 것을 훔치는 등의 경범죄를 저질러 배 교사를 난감하게 했다.

결국 배 교사는 생활과 교육을 함께 병행하는 기숙형 학교로 전환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비인가 대안학교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어 더 많은 후원이 필요했다. 또, '대안학교=문제아 집합소'라고 생각하는 지역 주민들 때문에 학생들이 생활할 공간을 마련하는 게 어려웠다. 배 교사는 "현 위치에 입주할 때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며 "주민 대표와 꿈터학교 아이들을 만나게 해서 편견을 잠재운 뒤에야 입주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졸업생이 나와 사회에 진출하고, 후원의 손길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학교는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 배 교사는 밀착 돌봄이 필요한 학생에게 꿈터학교 입학을 권했다. "지혜로운 부모들은 내 자식보다 먼저 다른 아이들을 더 따뜻하게 대한다고 합니다.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다른 아이도 건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꿈터학교 구성원은 이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식구'입니다. 저희에게 믿음을 주실 부모님과 학생은 늘 환영입니다."

배 교사는 소외학생을 돌보는 일이 자신의 행복이란 점을 강조했다. "혹자는 학교밖 청소년을 돌보는 일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밑 빠진 독이 아닌 '콩나물 시루'라고 생각합니다. 물이 고이진 않지만 붓고 또 부으면 콩나물은 어느 새 그 물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있죠. 저는 오늘도 이 콩나물시루를 껴안고 제 생애의 가장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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