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證, 1억원 미만 개미는 떠나라

한화투자증권이 도입한 '서비스 선택제'가 소액투자자의 수수료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 각 지점에서는 고객 이탈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수수료를 깎아주고 있어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밀어붙인 '서비스 선택제'는 이미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5일 시행한 서비스 선택제는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고객(컨설팅고객)과 필요하지 않은 고객(다이렉트고객)을 분류하고 다이렉트고객에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핵심은 주식매매 한 건당 정해진 수수료를 부과하는데 있다. 지금까지 업계 관행은 거래금액 대비 수수료 부과 방식이었다.


주 사장은 서비스 선택제를 통해 잦은 주식매매로 실적을 챙기는 증권업계의 관행을 끊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액으로 투자하는 개미들에게 수수료 폭탄을 내려 고액 자산가 위주로 고객을 다시 구성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비스 선택제 구조상 매매가 잦은 소액투자자일수록 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고액투자자일수록 수수료가 기존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가 한화투자증권 서비스 선택제를 분석한 결과(수수료율은 표 참조) 빈번하게 분할매수에 나서는 소액투자자의 경우 수수료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 다이렉트고객 A씨가 온라인으로 하루에 총 500만원을 투자하면서 50만원씩 10번 매매했다면 6만9500원의 수수료를 부과받는다. 5만원씩 100번을 매매하면 69만5000원을 내야 한다. 서비스 선택제 도입 이전이었다면 두 경우 다 6950원만 내면 됐다.


A씨가 온라인이 아닌 고객지원센터(전화통화)를 통해 주식거래를 했다면 수수료는 더욱 불어난다. 50만원씩 10번을 매매하면 26만9500원, 5만원씩 100번을 매매하면 269만5000원이 부과된다. 총 500만원 분산 투자하면서 수수료만 절반이 넘는 270만원 가까이 나오는 '폭탄' 수준이다. 서비스 선택제 도입 이전이었다면 2만2000원을 내면 됐다.

다만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다이렉트고객의 경우 하루 합계 약정금액 기준 3000만원당 2만원의 수수료를 내는 '허들수수료'를 선택할 수 있다. 매매횟수가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매일 3000만원까지 거래할 때는 총 2만원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수수료가 늘어나는 건 마찬가지다.

반대로 고액투자자는 수수료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 다이렉트고객 B씨가 온라인으로 하루에 총 1억원을 투자할 경우 1000만원씩 10번을 매매했다면 총 6만95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100만원씩 100번을 매매할 경우 69만5000원이 부과된다. 금액과 상관없이 한 건당 정해진 금액을 부과하기 때문에 500만원어치를 매매한 A씨와 수수료가 같다. B씨의 경우 서비스 선택제 도입 이전이었다면 10만1950원을 내야 했다. 매매건수가 늘어나면 역시 수수료가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매매횟수가 적으면 이전에 비해 수수료가 줄어든다.

극단적으로 B씨가 한 종목에 대해 한 번에 1억원 규모 매매를 했다면 내야 하는 수수료는 6950원에 그친다. 서비스 선택제 도입 이전보다 9만5000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하루에 10억원을 매매하는 C씨의 경우에는 수수료 절감효과가 더욱 크다. 다이렉트고객 C씨가 온라인으로 1억원씩 10번을 투자했다면 수수료는 6만9500원으로, 기존 방식(100만1950원)보다 93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

이는 투자금액과 매매횟수에 따라 수수료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특히 1억원 미만으로 매매하는 소액투자자일수록 이전보다 수수료 증가 요인이 크다. 고객의 잦은 주식매매를 억제하겠다는 취지의 제도지만 소액투자자에겐 수수료 폭탄 위험성이 상존하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 증권업계에서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흐름을 고려한다면 한화투자증권의 이 같은 제도가 고객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액투자자 고객의 이탈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화투자증권 각 지점에는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전화뿐 아니라 수수료 폭탄을 맞고 항의차 지점을 방문한 고객도 있고 일부 고객은 계좌를 해지하기도 했다. 고객 항의에 대응하고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한화투자증권 각 지점에선 수수료를 할인해주거나 혹은 기존 방식대로 수수료를 적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한 지점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각 지점 곳곳에서 사전에 제도 시행을 미리 알지 못해 수수료 폭탄을 맞았거나 혹은 수수료가 크게 증가한 고객들이 항의하고 따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주로 소액으로 투자하는 개인 고객들이 수수료 부담이 증가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