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국감서 '대통령 지시사항' 두고 여야 공방 '치열'

지난 5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국정감사 /사진=뉴스1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와 관련한 지시를 여러차례 내렸다고 주장했다. 검찰총장이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에 대해 대통령의 지휘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법무부가 검찰총장에게 보낸 공문 목록을 공개하고,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총 12건의 '대통령 지시사항' 관련 공문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대검찰청 역시 '대통령 지시사항 관련 대책안 제출' 등과 같은 공문을 법무부에 4차례 송부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수행하지만 검찰총장이 법무부로부터 대통령 지시사항을 하달받고 추진계획을 작성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가 대검으로 대통령 지시사항을 하달한 것도 일반적 지휘·감독권으로 보기 어렵다"며 "일반적 경우 해당 문서들의 검찰 내 경유처가 반부패부나 형사부 등 수사부처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이 의원은 대검찰청에 대통령 지시사항과 관련된 구체적 자료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대통령이 법무부를 통하건 어디를 통하건 검찰에 구체적인 수사를 지시하고 서면으로 보고를 받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이 일반적인 검찰 업무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대통령이 '부정부패가 만연한데 척결해라'와 같은 지시를 했다면 장관이 총장에게 지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일반적 업무 지휘를 검찰에 내린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사 지휘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야당 의원들의 공세는 계속됐다. 결국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문 내용의 일부를 의원들에게 열람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지원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열람이 아닌 제출을 요구했다.

이후 국정감사는 공문 제출 및 열람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1시간30분 가까이 정회됐다가 재개됐다. 정회기간 중 일부 의원들은 대검이 샘플로 제공한 일부 공문들을 확인했다. 이 공문들에는 특정 사안에 대해 '수사를 강화하라'는 등의 일반적 지시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공문을 통해 일반적 지시가 내려지고 검찰의 대응 조치 결과를 보고하는 시스템은 20여년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샘플로 열람한 문서들은 취지에 맞지 않아 목록에 있는 것을 모두 가지고 오면 열람해서 문제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해당 문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계속 됐다. 결국 김진태 검찰총장은 "일률적으로 보관하고 있지 않아 시간이 걸린다"며 추후 모든 공문을 확인해 의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