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삼성전자 3Q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말못하는 3가지 이유

"삼성전자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사표를 받아야 할 판이다"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3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7일 오전, 한 포털의 주식게시판에 올라온 주장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로 7조 3000억을 발표하자 시장은 깜짝 놀랐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영업이익 전망 평균치, 즉 컨센서스를 7000억원 이상 웃도는 수치였기 때문.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6조 6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곳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7조원, 매출 50조원의 '장벽'을 각각 5분기, 3분기만에 다시 넘어섰다.

이 같은 '저력'에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8.69% 급등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월 28일(10.52%) 이후 일일 최대 상승폭이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 전날까지 종가 기준으로 일일 상승폭이 7%를 초과한 적이 없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폭등했지만 정작 삼성전자 내부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을 내놨지만, 아직 환호성을 지를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분기 실적이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이번 실적이 환율효과 등이 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매출(2분기 48조5400억원→ 3분기 51조원)과 영업이익(6조9000억원→7조3000억원)의 앞자리가 모두 바뀌면서,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보이는 '착시'가 나타났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5.1%, 5.8% 늘어나는데 그쳤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3분기는 환율이 살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 기준)은 지난 2분기 평균 1098원에서 3분기 1168.9원으로 6.5% 상승했다.

환율 상승폭이 실적 증가폭을 상회한 셈이다. 이는 사실상 환율 상승이 3분기 실적 증가에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매출의 90% 이상은 수출로 이뤄진다.

환율효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달러를 기반으로 거래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품의 특성상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익성을 높였다.

전통적으로 매년 3분기가 '실적 반등'을 보여주는 시기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실적은 2014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3분기 좋았다"며 "올해 (3분기 실적이) 이 정도까지 좋아지는 것은 '노멀'(Normal)"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조16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2013년 3분기였다.

환율효과와 3분기의 계절적 반등 요인 외에도 3분기 실적 개선을 마냥 기뻐하기 힘든 이유는 삼성전자의 현 상황이다. 몸집은 커져 있는데, 과거 스마트폰과 같은 확실한 미래 먹거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익은 고점대비 30% 가까이 줄었는데, 인력 및 조직구조는 그대로라는 게 삼성전자에는 리스크다.

또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과거 스마트폰과 같은 확실한 먹을거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반짝 반등'에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4분기 및 2016년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상할 때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삼성전자의 부담감은 상당할 것"이라며 "원가 개선 및 경영효율화를 통해 앞으로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