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삼성전자 독주장세, 2000 지지력 점검

7일 코스피가 2005.84로 마감했다. 지난 8월10일 이후 2000선을 회복하는 데 약 2개월이 걸린 셈이다. 대외악재가 한꺼번에 불거지며 8월 하순 한 때 1800붕괴가 우려되던 코스피는 종가기준으로 최근 한 달 반만에 9.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2000선 상단에서 지지력을 받을 수 있을지에 회의적이다. 이날 개장 전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시장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며 8.69%의 상승률로 마감했으나 향후에도 시장전반에 그 온기가 퍼질 수 있을지 낙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코스피의 상승률은 0.76%에 달했으나 여타 지표들은 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에서 상승마감한 종목은 337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종목은 471개에 달했다. 삼성전자 효과로 코스피 대형주지수가 1.31%로 강한 상승탄력을 보인 반면 중형주, 소형주지수는 각각 1.94%, 0.43% 하락했고 코스닥도 1.34% 빠졌다.

코스피 18개 업종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속한 전기전자를 비롯해 종이목재, 철강금속, 운수장비 등 시장을 통틀어 단 4개 업종만 상승세로 마감했다. 의약품, 음식료, 섬유의복, 전기가스, 화학, 기계 등 다수 업종이 동반약세였다.

외국인이 이날도 코스피에서 886억원을 순매수하며 이틀째 매수우위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마냥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삼성전자 1개 종목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만 해도 1946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이외에 대해서는 1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시즌이 기분좋게 출발했다는 점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겠지만 여타 업종에서까지 삼성전자와 같은 깜짝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장희종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실적개선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원화약세 등) 환율효과 때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매출물량 증대로 인한 게 아니라 원화환산 매출이 컸기 때문이라면 이같은 서프라이즈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2분기부터 급등한 원/달러환율의 효과가 3분기에 본격화된 것으로 보이나 4분기 이후에도 환율이 고공행진을 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단기적으로 수출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상승세를 정당화할 펀더멘털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00선 상단에서의 지지력이 약할 것이라는 근거는 차트로도 뒷받침된다는 설명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코스피는 심리선으로 여겨지는 20일 이동평균선(1960)은 물론 수급흐름을 보여주는 60일선(1977)을 돌파했고 이제는 경기선으로 해석되는 120일선(2036)을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부장은 "현재 시장안팎의 상황은 경기가 갑자기 개선된다거나 삼성전자와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예정된 월말로 갈수록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재차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장불안 요인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보수적 투자전략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다수다. 하나금투의 장 팀장은 고환율로 인한 단기수혜가 예상되는 수출주가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보일 수 있으나 상승장세를 비중축소의 기회로 삼을 것을 권했다. NH투자증권의 강 부장 역시 변동성 장세에 대비해 시장이 오를 때마다 주식비중을 줄이는 기회로 삼되 상대적으로 배당주가 유망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실적모멘텀이 좋은 종목에 집중할 것을 권하는 이도 있기는 하다. 김형래 대우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고 매출,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제약/바이오, 화장품/의류, 미디어/콘텐츠 등 섹터가 상대적으로 이익모멘텀이 양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