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1000억대 법인세 소송서 사실상 승소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현대중공업이 1000억원대 법인세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대법원이 위법한 세무조사에 의한 과세는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현대중공업이 "2006년 부과한 법인세 1006억원을 취소해 달라"며 동울산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2심의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1999∼2000년 사이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던 현대우주항공에 약 1600억원을 유상증자했다. 현대우주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현대우주항공은 2001년 9월 임시주주총회의 해산결의를 거쳐 잔여 재산을 회사 채권자들에게 모두 배당하기로 한 다음 같은해 12월 청산을 종료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투자금액을 모두 손실 처리했다.

이후 국세청은 2006년 세무조사를 거쳐 현대중공업이 유상증자의 형식을 빌려 현대우주항공에 무상으로 지원을 한 것을 부당한 조세 회피로 판단, 1000억원대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이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한 것으로 판단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후 2심 재판부는 500억원 상당의 조세는 위법하다고 판단해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법인세 부과의 근거가 됐던 2006년의 세무조사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조세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같은 세목 및 과세기간에 대해 재조사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울산세무서는 2001년 현대중공업 정기 세무조사를 통해 2000년 사업연도에 대해 122억4300만원의 법인세 부과를 고지한 바 있다"며 "이후 2006년 다시 2000년 사업연도 법인세 조사를 한 것은 위법한 재조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