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복잡한 콜레스테롤의 비밀, 남녀가 다르다!

조홍근원장사진

조홍근원장프로필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만인 사람이 콜레스테롤도 높고, 마른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다”고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사실 살은 콜레스테롤과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살은 중성지방과 관련이 깊지요. 살이 많이 찐 사람은 대부분 뱃살이 많고 그 뱃살은 지방간이 되며, 지방간은 많은 중성지방을 만들어 핏속으로 배출합니다. 그러니 중성지방은 당연히 살을 빼면 좋아집니다. 운동으로 빼든 식사를 줄여서 빼든 관계없이 살을 빼면 중성지방은 줄어듭니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은 중성지방과 다릅니다. 살이 쪘다고 해서 콜레스테롤이 꼭 높은 것은 아니며, 반대로 날씬하다고 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 “살을 빼면 좋아질 거예요”라고 쉽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남자, 먹는 것이 문제다

남자는 식사, 여자는 폐경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남자들은 외식을 많이 하는데 외식을 많이 하면 건강과는 만 리가 멀어집니다. 별다른 노력 없이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세요? 지방을 많이 넣으면 됩니다. 지방을 많이 넣으면 혀는 맛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만약 식당을 경영한다면 손님이 또 다시 오게 만들어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 간도 심심하게 하고 깊은 맛을 담은 음식을 준비하면 될까요?

그러면 아마 손님은 뚝 끊기고 말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색맹이 아닌,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미맹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식당은 망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구별할 수 있는 맛의 스펙트럼은 옛날과는 달리 엄청나게 좁고 편협합니다. 만날 MP3만 듣던 사람이 어떻게 고음질 음원을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식당으로서는 당연히 손님의 입맛을 당장 확 끌어당기는 맛을 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지방입니다.


식당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좋은 영화를 구별할 수 있는 질 좋은 애호가층이 없으면 수준 낮은 폭력영화가 판을 치고, 좋은 음악이 뭔지 모르는 사람만 있으면 아이돌 음악만 남습니다. 정말 좋은 맛을 알고 인정하고 좋아해 주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식당에서 먹는 음식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덩어리인 음식을 먹으면 당연히 콜레스테롤이 올라갑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남성의 경우 집에서 싸온 도시락만 꾸준히 먹어도 몇 달 안에 수치가 정상이 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지만 흡연, 고혈압, 당뇨 증상이 없는 남성이라면 가장 먼저 식습관을 바꾸게 합니다. 성공률이 매우 높습니다.

여자, 호르몬이 문제다

“채식만 하는 50대 중반 여성인데 요새 갑자기 콜레스테롤이 올라갑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상하다고 여기겠지만 말이 됩니다. 남자와 달리 여자는, 여성호르몬이 평생 나오는 것이 아니라 중년이 되어 폐경을 맞으면 나오기 않습니다. 폐경기가 되면 여성의 몸이 많이 변하는데 그중 콜레스테롤의 변화가 가장 극적입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지질대사에 엄청나게 관여하는데 특히 간에 집중적으로 작용합니다. 간은 콜레스테롤을 만들고 제거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뭘 먹든, 채소만 먹어도 간이 콜레스테롤을 많이 만들면 피 속의 콜레스테롤이 높아지고 고기를 많이 먹어도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만들지 않는다면 혈중 콜레스테롤은 오르지 않습니다. 간이 슈퍼‘갑’입니다.

여성호르몬은 간이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두 배가량 차이 난다는 보고도 있어요. 폐경기를 맞아 여성호르몬이 더는 나오지 않으면 간의 콜레스테롤 제거 기능이 매우 떨어집니다. 이럴 때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채식주의자 할머니가 와도 안 됩니다. 어떤 종류의 음식이 들어오는지와 상관없이 간은 계속 콜레스테롤을 만들고 제거하거든요. 당근, 오이, 파, 마늘, 감자, 고구마만 먹어도 여성호르몬이 없으면 콜레스테롤은 올라갑니다.

그래서 폐경 전에는 남성의 심장병 발병률이 훨씬 높지만 50이 넘으면 여성 심장병 발병률이 남성을 추월하기 시작하며, 60이 되면 오히려 더 높아집니다. 영국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의 사망 원인 중 60퍼센트 이상이 심장병입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그와 비슷한 추세로 가고 있습니다.

그럼 모든 여자가 폐경기를 맞으면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전적인 배경과 우리가 아직 모르는 어떤 이유들로 인해, 그런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페경 일 년 후부터 부류가 갈리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일 년에 한 번 피검사를 하고 심한 사람을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혈관이 좁고 작아서 한 번 나빠지면 좋아지기가 더 힘듭니다. 그래서 예방이 무척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