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나베나' 외국어?...한글 이름 가진 중소기업들

회사 이름에도 트렌드가 있다. ◇◇상사, △△테크놀러지 등 업종별로 비슷비슷한 이름이 많다. 영어 이니셜로 된 기업명도 눈에 띈다.


매년 10월 9일, 한글날이 돌아오면 특별히 회사 이름을 한글로 지은 기업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한글날을 맞아 순수 한글로 회사 이름을 지은 중소기업을 소개한다.

◇'까나베나', '얄리'...외국어 아닌 '순한글'=대구에서 캐릭터 침구를 만드는 회사 '까나베나'는 발음이 마치 스페인어나 이탈리어를 떠오르게 하지만 사실은 순 한글 이름이다. 김진수 까나베다 대표는 "이불을 '깔고', 베개를 '베다'는 뜻"이라며 "편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까나베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외 추출도 준비 중인 이 회사의 영문이름도 '까나베나'와 흡사한 '카나베나'(CANAVENA)다. 김 대표는 "순수 한글이면서 외국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어려운 영어나 한자보다 한글로 회사이름을 지은 것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인형제조회사 '얄리'는 말하는 인형을 만든다. 윤재민 얄리 대표는 "자연어처리 기술을 이용해 지난해 대화인형을 개발했다"며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장착된 인형이다"고 말했다.

윤 대표가 회사 이름을 '얄리'라고 지은 데는 옛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후렴구인 '얄리얄리 얄라숑'으로 익숙한 표현에다 '마구 수선을 피우는 행동'이라는 뜻이 좋아서다. '얄리'는 경상도 지역에서 번잡스럽게 굴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방언이다. 윤 대표는 "아이들이 말하는 인형과 편하고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친구가 되길 바라는 의미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얄리는 2012년부터 KT의 유아용 학습 로봇 '키봇2'에 대화시스템 기술을 납품했고 최근에는 번역 관련 글로벌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얄리'의 CI

◇가슴을 두드리는 사명...'아낌없이 주는 나무', '나너우리'=배진숙 대표는 울산에서 나무 표지판 사업을 시작하면서 회사 이름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지었다. 처음 회사 이름을 소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설 제목이냐고' 묻는다.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이름이라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대학시절 미술동아리 동창생 5명이 주축이 되어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마을기업이다. 이 회사는 나무를 활용한 표지판 제작이다. 말 그대로 '나무'를 활용한 표지판 제작의 뜻을 전달하는 동시에 고객들 맘에 쏙 드는 표지판을 만들어주기 위해 '아낌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배 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과 뜻, 그리고 회사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자주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우식 대표는 교육용 만화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한 뒤 회사 이름을 '나너우리'라고 지었다. 강 대표는 "대부분의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만화를 제작하고 있다"며 "선정성과 폭력성을 자제하고 나, 너, 우리 모두 즐길 수 있는 만화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