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돌 한글날]'폰트' 만드는데 11개월…영어는 26자, 한글은?

글자를 단지 그리고 수정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글자의 높이를 맞추고 간격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필수다/사진제공=스포카

"나눔바른고딕의 경우 2012년 11월 기획단계부터 2013년 9월 제작 완료까지 약 11개월이 소요됐다. 한글 완성형 글자는 2350자지만 사투리, 외래어, 외국어, 신조어 등 조합형 전체를 제작하려면 전체 1만1172자에 달한다."(네이버 관계자)


한글이 컴퓨터,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오면서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모니터 속 한글을 보는 일이 훨씬 많아졌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자판만 두드리면 시각화돼 나오는 모니터 속 한글. 이 한글 속에는 만들기 위해서는 '폰트'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노고가 담겨있다.

글꼴 한 벌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 한 글자 한 글자를 그려내는 과정이다. 영문 글꼴 같은 경우는 알파벳이 26자에 불과해 비교적 제작하기 쉽다. 이 때문에 많은 해외 디자이너들은 직접 서체를 만들어 쓰기도 한다.

그러나 한글은 영어나 일어처럼 글자를 나열하는 방법이 아닌 자음과 모음을 모아쓰는 방식이라 폰트를 제작하는 수고로움이 몇 배 더 들어간다. 보통 한글 2350자, 로마자 94자, 기호활자 986자를 '기본 한 벌'로 정해 만든다. 그럴 경우 사투리나 신조어 등은 글씨가 소위 말해 깨지거나 쓸 수 없어진다. 조합되는 글자를 모두 제작하려면 1만1172자를 한 자 한 자 모두 만들어야 한다.

'나눔글꼴'을 제작한 네이버는 '나눔바른고딕' 개발에 11개월을 쏟아 부었고, '본고딕' 서체를 기반으로 새롭게 '스포카 한 산스'를 제작한 스포카도 완성까지 6개월이 걸렸다.


네이버 관계자는 "거의 1년 전에 미리 다음 해의 한글날에 맞춰 폰트에 대한 기획과 예산 설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다"며 "이 폰트가 네이버의 브랜드 이미지에 잘 맞는지, 대중이 자주 사용하기에 과하거나 너무 특색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전했다.

폰트를 처음부터 만들어 내는 경우라면 제대로 된 스케치는 필수다. 수십 혹은 수백장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컴퓨터로 서체를 그려낸다. 서체의 경우는 1px(픽셀)보다 더 작은 섬세함이 글씨의 인상을 결정한다. 그래서 굉장히 까다롭고 정교한 과정이다.

글자를 단지 그리고 수정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글자의 높이를 맞추고 간격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필수다/사진제공=스포카

한 산스를 만든 스포카는 컴퓨터로 글자를 그렸다.

김동휘 스포카 BX 디자이너는"이 폰트를 만들기 위해 겉으로 보기에는 언뜻 보면 같아 보이는 수많은 파일을 만들어냈다"며 "높은 완성도를 이루기 위해 한 자 한 자 서체를 수정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글리프(글자 하나의 모양에 대한 기본 단위) 하나를 고치면서도 수십 번의 리뷰과정을 거쳐야 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2008년 '나눔글꼴'을 선보인 후 매년 새로운 글꼴을 만들고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7종의 폰트가 무료로 배포됐다. 2011년에는 글꼴에 환경보호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했다.

2010년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에코폰트'(Ecofont)를 알게 됐고, 이를 '나눔글꼴' 중 나눔고딕과 나눔명조에 적용했다. 에코폰트는 글꼴에 구멍을 뚫어 잉크를 절약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글자를 프린트할 경우 약 35%의 잉크를 절약할 수 있게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온라인 사이트, 서적, 제품뿐만 아니라 개인이 만드는 초대장, 문서 등에 폰트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나눔옛한글', '나눔바른펜' 등 새로운 글꼴 3종에 대해 다음 달 추가로 공개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