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아요!" 백패킹 성지 굴업도에서 하룻밤

취업 스트레스에 쌓인 취준생과 연일 계속된 술자리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단비 같은 연휴가 시작됐다.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잠시 잊고 훌쩍 떠나고 싶지만, 현실은 침대 위 이불 속이다. 지난 여름 휴가 때 찍은 사진을 보면서 한숨만 쉬지 말고 잠시 시간을 내자.

국내 백패킹(배낭 도보 여행) 3대 성지인 굴업도를 소개한다. 인천에서 뱃길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섬에 가면 도심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장비가 없어도 좋다. 하루 정도 세상과 단절할 수 있는 용기와 떠나고 싶은 마음이면 충분하다.

굴업도 풍경 /사진=최동수 기자

◇ 캠핑 장비가 없다면 대여할 수 있다!
캠핑족들이 늘고 있지만 캠핑 초보들에겐 장비가 늘 걱정이다. 특히 배낭에 캠핑장비를 넣고 떠나는 백패킹이라면 더하다. 침낭, 텐트, 버너, 배낭, 조명, 가스 등 챙겨야 할 물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장비를 구매하려 중고물품 사이트를 뒤져봐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100만원이 훌쩍 넘는 유명브랜드 장비를 볼 때면 한숨만 나온다.

사는 것이 부담된다면 대여할 수 있다. 인터넷에 백패킹 장비대여라고 치면 7만원~9만원(2박3일 기준)에 모든 백패킹 장비를 빌려주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문 캠핑배낭에 모든 필요한 장비를 세트로 대여해주기 때문에 음식만 준비해가면 된다.



◇ 배편 예약은? 인천여객터미널-덕적도-굴업도
장비를 빌렸다면 이제는 굴업도까지 가는 배편을 알아봐야 한다. '고려고속훼리'(www.kefship.com) 사이트를 이용하면 표를 쉽게 예매할 수 있다. 굴업도는 인천에서 바로가는 배는 없다. 인천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덕적도에서 배를 타고 한 번 더 들어가야 한다. 덕적도에서 철선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덕적도는 짝수·홀수날 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홀수날은 1시간, 짝수날은 주변 섬을 들렀다 가기 때문에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덕적도에서 굴업도에 들어가는 배는 평일에 한 번, 주말에는 두 번 있다.


◇ 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
굴업도의 면적은 1.71㎢로 여의도의 반 정도의 크기다. 작지만 섬 구석구석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다. 섬에는 약 10가구 정도가 모여 살고 있다. 주민 대부분은 민박집을 운영한다. 배가 섬에 다다를 때면 마을 주민들은 작은 트럭을 몰고 나와 대기하고 있다. 짐이 무겁다면 트럭을 얻어 타고 가도 된다. 인심 좋은 마을 주민들은 민박을 이용하지 않아도 태워준다. 그래도 천천히 섬을 거닐며 주변 경치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느린 걸음으로 약 20~30분 정도 소요된다.

굴업도 전경 / 사진=최동수 기자

물, 술, 간단한 안주 등은 마을 민박집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마을을 빠져나가면 800m의 백사장이 펼쳐진 큰말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따라 걸으면 굴업도의 절경 '개머리언덕'으로 올라가는 길과 마주한다. 백사장 끝자락에서 10분정도 산을 타면 넓은 억새밭이 펼쳐진다.

억새능선을 따라 30~40분 정도 걸으면 드디어 개머리언덕에 다다른다. 개머리언덕 주변에서 캠핑장비를 풀고 텐트를 치면 된다. 앞서 많은 사람이 다녀왔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텐트할만한 장소를 찾을 수 있다. 텐트를 치고 짐을 풀었다면 이제 자연을 느끼는 일만 남았다. 억새가 바람에 살랑이고 사슴들이 그 사이를 거닌다. 개머리언덕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일몰 명소로 해가 질 때 가장 멋지다.

밤이 되면 또 다른 자연과 마주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달빛이 드리워진 수평선 위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도 볼 수 있다. 밤이 깊어질수록 풀벌레와 파도 소리가 고요한 개머리언덕에 울려퍼진다. 이 순간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잔은 하루의 피로를 모두 풀어준다.

해뜨기 전에는 바다 안개가 개머리언덕을 휘어 감싼다. 안개는 해가 뜨면서 조금씩 거치는데 이 풍경도 멋지다. 오전 배라면 천천히 아침을 먹고 나오면 된다. 만약 오후 배편을 예매했다면 개머리언덕 반대편으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멀게 느껴지는 백패킹도 알고 보면 쉽다. 조금의 불편함만 감수할 수 있다면 떠나자. 자연이 여러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