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제치고 韓 순채권보유국 1위 초읽기

중국과 미국의 한국 상장채권 잔고 변화<단위 : 조원> / 자료=금융감독원

중국이 올들어 우리 상장채권을 잇따라 사들이며 이르면 연내 미국을 제치고 순채권보유국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시장에서 장기투자 성향이 짙은 중국의 부상은 긍정적이나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정책적 투자의사결정 구조에대한 이해도를 높여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은 올들어 약 2조 3000억원 가량의 국내 상장채권을 사들여 8월말 현재 순채권보유액이 17조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는 18조 2000억원을 보유한 미국에 이어 2위 규모다. 미국의 경우 올들어 한국 상장채권보유액이 4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상장채권은 국채와 통화안정채, 회사채, 지방채 등 상장돼 거래되는 채권을 말한다.

중국의 순채권 보유액은 2012년 10조원대에서 2013년 12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도 2조원 가량 늘어난 14조 7000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불어나는 추세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13년 22조원을 넘어섰으나 지난해 들어 빠르게 보유액이 감소해 지난해말 18조 6000억원을 기록했다. 올들어서도 국제금융시장의 동향에따라 순유입과 순유출을 반복하며 8월말 현재 18조 2000억원에 머물고있다.

지난 8월말 기준 전체 외국인 상장채권 보유액 102조 7280억원중 미국은 17.8%를, 중국은 16.5%를 차지하고 있어 양국간 격차는 1.3%포인트로 좁혀졌다.

전문가들은 민간펀드의 단기자금 위주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중앙은행이나 중국투자공사 등 국부펀드의 자금이 대부분이어서 단기 이탈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앞서 2013년부터 외환보유고 다변화 정책을 추진중이다. 이에따라 우리 채권시장으로 중국계 자금유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추정하는 이들이 많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서 중국계 자금 증가추이를 보면 연말이나 내년초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본다"면서 "기본적으로 국가공공 자금인 만큼 장기투자성향이 강해 우리 자본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채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 방침으로 미국쪽 기관들의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투자는 수익률보다는 분산효과를 더 따진다"면서 "중국은 경제규모나 금융시장의 규모를 반영해 투자하는데 한국채권의 안전성(국가신용등급)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은 것도 투자확대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 비중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당국이 허용한 기관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고해서 앞으로 무한정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가령 중국의 미국국채 매입이나 위안화 환율변동 등 외화관련 정책변화시 외환보유액은 물론 장기적으로 한국투자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중국의 투자의사결정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년전부터 중국 당국과 비공식적 협의채널인 국채투자협의회를 구성해 비정기적으로 우리 경제상황이나 투자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