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로 다시 빛난 이채원의 뚝심

국내 대표 가치투자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가 최근 다시 기를 펴고 있다. 올들어 중소형주, 성장주 장세에 밀려 성적이 부진했지만 지난 6월부터 편입한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3분기 실적호조로 급등하면서 수익률이 회복되고 있다. ☞펀드IR 기사 자세히보기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으로 한국밸류10년투자 1(주식)(C)는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이 4.65% 뛰었다. 연초이후 수익률도 플러스 전환하면서 3.65%를 기록, 이 펀드의 연간 수익률 목표인 '예금이자의 2배' 수준에 근접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의 성과 개선에는 '삼성전자'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의 주식을 전량매도한데 이어 8개월만인 지난 6월부터 다시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8월3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편입비중은 15.94%다.

이 부사장은 연초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매도 이유에 대해 "현시점에서 기업 가치를 계산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밝힌바 있다. 최근 삼성전자 편입 이유에 대해 그는 "7월 말부터 시장 흐름에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며 "심하게 저평가된 종목에 가능하면 많은 비중을 투자하면서 시장 흐름의 변화에 대비하려 한다"며 삼성전자를 저평가된 가치주로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3월 고점인 151만원을 찍고 흘러내리기 시작해 이 부사장이 사기 시작한 6월에는 125만원 전후까지 내려왔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에도 계속 흘러내리면서 8월에는 103만3000원까지 빠졌고 이 부사장은 이 기간동안 삼성전자 비중을 계속 늘렸다.


지난달들어 삼성전자의 주가가 110만원대로 올라서긴 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달 말 한 투자자는 "지난달 10월에 삼성전자를 최저점에서 전부 팔아 이후 상승분을 하나도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6월달에 삼성전자를 사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8일 127만원까지 올랐고 펀드 수익률도 일주일만에 2% 넘게 개선됐다.

지난 7월부터 담기 시작한 SK하이닉스 (173,500원 ▼8,800 -4.83%)의 주가 상승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의 보유비중은 3.5%로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다. 올들어 부진하던 SK하이닉스의 주가는 3분기 실적개선 전망에 힘입어 이달들어서만 10% 가까이 올랐다. 이밖에 고려아연 (473,500원 ▲1,500 +0.32%)(비중 2.81%), NAVER (181,900원 ▲1,200 +0.66%)(2.79%)의 주가가 이달 10% 넘게 오른 점도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됐다.

이 부사장은 "대형주들의 주가가 과하게 빠진 이후 상승하고 있고 화장품, 바이오 등 고평가주들이 조정을 받는 등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2~3년 뒤 경기가 돌아서고 금리가 오르고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질 때 대형 가치주가 오르는 국면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기업들의 이익은 환율효과로 기존 예상치인 8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하게 오른 종목은 차익실현하고 있다"며 "너무 싸지는 않더라도 적당히 싸면서 이익이 꾸준하고 자산안정성이 높은 질높은 가치주(Quality Value stock)를 계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