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살던 전세族 "살건 빌라뿐"…'주거하향' 가속화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전세난 등으로 아파트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거래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위 ‘주거하향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에서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전세난 속에서도 출퇴근 등을 감안해 수도권 외곽으로 옮기지 않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17면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거래 증가량(전년 동기 대비)은 36.8%, 29.3%로 아파트가 연립·다세대를 앞섰다. 하지만 2월엔 연립·다세대 거래량이 4.6% 늘어난 반면 아파트는 1.6% 감소했다.

이후 이 같은 역전현상은 5월(아파트 42.9%, 연립·다세대 37.3%)을 제외하곤 꾸준히 진행됐고 8월(15.1%, 48.3%)에는 증가폭이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지난 9월엔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9.4% 줄어든 데 비해 연립·다세대주택은 24.6% 증가해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계절요인에 따른 등락은 있으나 전반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아파트 매매거래량 증가폭은 연립·다세대보다 작았으며 일부는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전세난에 따라 일부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돌아섰는데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립·다세대를 선호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이 같은 주거하향현상은 수도권에서 두드러졌다. 특히 3분기의 경우 수도권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거래 증가량은 전년 동기 대비 △7월 67.3%, 80.1% △8월 32.0%, 63.3% △9월 -6.3%, 35.1% 등으로 파악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난에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이주하는 전세난민이 있는데 거주지 인근을 이탈하지 않고 주거하향을 선택하는 사람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주거소비의 하향 필터링(여과) 현상’으로 불리는데 과거 아파트 면적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면 이제는 거주지를 이탈하지 않고 연립·다세대로 유형을 낮춰가는 방법을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에 비자발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것인데 현재 전세가로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이 연립·다세대인 것”이라며 “연립·다세대가 전세난의 피난처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거하향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 센터장은 “재건축 멸실로 인한 이주수요를 포함해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종전 거주지를 벗어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연립·다세대주택을 선택하는 경향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