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신용등급 줄강등…자금조달 '적신호'

두산그룹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지면서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8800억원 규모 계열사 회사채 상환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자비용이 상승하는데다 최근 회사채시장 투심 위축으로 차환발행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일 두산인프라코어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한단계 하향조정했다. 아울러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등급 강등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두산건설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내렸으며 두산(A)및 두산중공업(A) 신용등급은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지난달 말 나이스신용평가가 두산인프라코어(A→BBB+)와 두산건설(BBB→BBB-)에 대해 등급을 조정한 데 이은 조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 내에서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주)두산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38.4%에 달한다. 이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 하락이 전계열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늘어나는 차입금 부담을 감안해 지난 8월에 100%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이하 밥캣)의 프리IPO(상장전 투자유치)를 통해 7000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럼에도 신평사들이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높은 금융비용 부담으로 수익성 및 현금창출력이 제한된 상황"이라며 "중국법인(DICC)의 실적이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줄면서 추가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올해 상반기말 부채비율은 280.5%다.

신평사 3곳 중 2곳이 BBB+등급을 부여하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이후 일부 지분을 매각키로 한 것. 금융투자업계는 현재 알짜 사업부인 공작기계 사업부 지분을 매각키로 한 것은 신용등급의 하방경직성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등 주력계열사의 신용등급 혹은 등급전망이 동반 하락하면서 향후 자금조달에 적신호가 들어올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해 말부터 2016년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물량은 총 8750억원 어치다. 두산인프라코어가 4050억원, 두산이 2100억원, 두산중공업이 2100억원, 두산건설이 500억원 등이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용등급 'A급' 지위를 내주면서 차환발행시 이자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최근 등급전망 '부정적'인 회사채에 대해서 투심이 냉각돼 기관수요 모집 조차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달 나이스신용평가의 두산계열사 등급조정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의 3 년 만기 회사채의 개별민평금리는 3.58%에서 4.70%로 하룻새 약 112bp(=1.12%p) 급등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내년까지 만기가 남은 물량 4050억원을 모두 3년의 회사채로 차환발행한다고 가정할 때 3년간 총 이자비용만 136억원이 더 부담되는 셈이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8월 밥캣의 프리IPO를 통해 마련한 현금으로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을 상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은 지난 9월 450억원 어치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왔지만 차환발행 대신 현금상환의 방법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