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총리 만난 보수학자 '국정 한국사' 집필진으로 내락됐나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역사교과서 발행제체 개선방안은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약칭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10.12/뉴스1<p><p><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발표하면서 "이미 내락(內諾)된 집필진이 있다"고 공식 언급한 가운데 이들에 대한 교육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학계에서는 지난달 황교안 국무총리와 만난 원로역사학자로 점치고 있는 분위기인 반면, 교육당국은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 등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황 부총리가 직접 밝힌 내락된 학자 자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황 부총리는 전날 브리핑에서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진)인선 문제는 교육부가 국편에 전적으로 맡겼고, 어느 정도 내락된 분들이 있다"고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 교수나 교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6년 만에 국정으로 전환된 한국사 교과서의 첫 번째 집필진으로 거론된 이들의 명단을 공개할 것이냐는 질문에 황 부총리는 "아직 그것은 절차가 남아 있다. 전적으로 그분들과, 국편에 따르겠다"고 부담을 국편으로 넘겼다.


황 부총리와 자리를 함께한 김정배 국편위원장은 "집필에 들어가면 아마 공개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내정된 집필진 구성을 인정했다.

황 부총리와 김 위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전환이 확정되기 전부터 사실상 내정된 학자가 있었던 것으로 누가 내락됐느냐를 놓고 교육계 안팎에서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학계에서는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발표를 앞둔 지난 9월 초 황 총리와 만난 원로역사학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단 주요 대학에서는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기로 어느 정도 의견이 조율돼 정부 입장에서 '인력풀(pool)'이 한정된 데다 황 총리와 국정화 문제로 논의한 '노(老)학자' 상당수가 보수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황 총리와 대면한 학자는 김정배 국편위원장을 포함해 총 7명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원로역사학자로 보기 힘든 현직 교수 2명은 정부의 한국사 국정화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나머지 명예교수 2명과 현직교수 1명은 찬성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명예교수 2명은 2년 전 친일·독재 미화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파동' 당시 이를 적극 옹호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현직 교수 1명은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이다.

황 총리와 국정화에 대해 직접 논의한 한 명예교수는 "검·인정 교과서는 전교조 탓에 취지가 훼손됐다"며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 요청이 오면 제대로 만들어 볼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학계의 한 관계자는 "교수 상당수가 국정 한국사 집필 거부에 동참해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 시각을 가진 학자만 고를 수 있다"며 "이데올로기를 떠나 교과서 제작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우편향, 부실 교과서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