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채권에 코 베인 유한양행..50억 투자손실

내수경기 부진과 헤알화 가치폭락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브라질을 지켜보는 기업 재무담당 임원들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여유자금 운영을 위해 1~2년 전 가입했던 브라질 채권과 관련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재무라인 문책론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곳도 있다.

상장사 가운데는 유한양행 (69,300원 ▼800 -1.14%)과 삼성공조 (9,050원 ▼30 -0.33%), 코메론 (8,340원 ▼110 -1.30%), 참엔지니어링 (440원 ▼20 -4.35%) 등이 있는데 비상장 기업들도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한 상태다.

13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브라질채권과 관련해 현재까지 총 52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한양행은 2013년초 삼성증권 (35,900원 ▼100 -0.28%)에서 판매한 브라질채권 108억원을 매입해 장기투자자산에 편입했으나 브라질 경제위기가 거론되며 채권가치가 떨어지자 그해 1분기 12억원을 평가손실로 반영했다.


그러나 채권가치는 더욱 하락했고 이에 따라 그해 연말 평가손실이 41억원으로 커졌다. 이에 더해 올 들어 미국 금리인상 이슈와 함께 브라질 등 신흥국 위기론이 커지며 손실액이 10억원 추가됐다.

유한양행은 채권가격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를 손상차손으로 확정, 재무제표에 52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초기투자액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브라질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경우에는 이 조차 휴지조각이 될 수 있어 문제다. 현재 손실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유한양행 뿐 아니다. 삼성공조는 브라질국채 투자액 33억원 가운데 5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제일연마는 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참엔지니어링과 세명전기 (3,860원 ▼265 -6.42%)의 손실도 각각 2억원 가량이다. 이밖에 저축은행, 제조업체 등 비상장 업체들의 손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헤알화에 대한 환 헷지를 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 환차손이 더욱 커질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월말 기준 헤알화 가치는 1년 전보다 70% 넘게 하락한 상태다.

투자를 권유한 증권사 법인영업 직원들도 가슴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2011년만 해도 브라질채권은 경제성장 기대감이 반영되며 판매를 독려한 증권사들이 많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2013년 한국과 브라질간 조세협약으로 투자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까지 부여돼 브라질 채권이 고금리 비과세 상품으로 인기가 대단했다"며 "지난해 연말 총 해외채권 판매잔액 7조8000억원 중 브라질 국채 잔액이 5조8000억원에 달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브라질 신용등급 하락여파가 겹치는 등 당분간 브라질 채권가치가 급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채권을 처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투자를 결정한 재무담당 직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유한양행처럼 여유자금 운영이 아닌 리스크를 안고 거액을 투자한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클 것이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유한양행의 경우 현금성 자산이 2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재무부문의 운영성과가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는 증권사 영업직원들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가입한 곳도 있으나 수익욕심에 무리한 투자에 나선 곳도 상당하다"며 "브라질 채권투자를 결정한 재무담당 임원의 징계와 사임이 거론될 정도로 후폭풍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브라질 국채의 경우 채권원금 회수 가능성은 높다고 보지만 근본적으로는 헤알화 가치가 반등할 수 있느냐는 점이 문제"라며 "미국 금리인상이 단행된 이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