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배달 간 박원순 "일자리 현장, 와보니 알게 돼"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새꿈+(더불어 하나되기) 양말인형 공방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양말인형을 만들고 있다.새꿈 더하기 양말인형 공방은 쪽방촌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복지구현을 위해 마련됐다. 2015.10.13/뉴스1

"직장맘들을 만나러 갔는데 지원센터에 휴지통이 있더군요. 상담하면서 직장맘들이 우는 겁니다. 누가 들어도 알만한 기업인데 육아휴직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더군요.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13일 서울시가 일자리 현장을 방문하는 대장정을 시작한 지 4일차 되던 날, 이동하던 버스 안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직장맘들을 만난 소회를 이 같이 전했다. 박 시장은 "출산율이 저조한 필연적인 이유를 발견했다. 직장맘을 위한 긴급전화를 만들어 고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일자리 현장에서 이 같은 영감을 얻기 위해 25일간의 '일자리 대장정'을 자청했다. 아르바이트, 감정노동자, 여성취업자, 취약계층 등이 일하는 현장을 두루 돌며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단 취지다. 마트 아르바이트를 3시간 동안 하는 등 직접 일자리 체험도 하고 있다.

이날 취약계층 일자리 현장 방문 차 박 시장은 오후 1시 30분 동자동 쪽방촌에 있는 양말인형 공방을 찾았다. 이곳에선 쪽방주민 6명이 인형을 제작해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인형 눈알을 바느질하던 박 시장 옆에서 일하던 한 쪽방촌 주민은 "그 전에는 방에만 있었는데 나와서 일하니까 웃음도 많아지고 여러모로 좋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인형을 만들어 판매하고 월 30만원 정도를 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쪽방촌에 대해 서울시가 새롭게 정책을 정비 중"이라며 "쪽방촌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 하고, 소규모 공방을 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공장보다 소규모 공방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주민들이 자기 뿌리가 있는 곳에서 일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어르신 일자리를 제공하는 은평구 '꽈배기나라'에서 일자리 체험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사진=남형도 기자

이어 박 시장은 은평구로 이동해 '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꽈배기 가게를 찾았다. 가게에 걸린 현수막에는 '60세 이상은 학력과 관계 없이 환영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 곳에 일하는 시니어들은 월 40만원을 받는다. 연 매출이 1억원에 달할 만큼 반응도 좋아 2호점까지 냈다.


박 시장은 직접 꽈배기를 굽고 가게를 찾은 시민에게 판매했다. 가게의 한 시니어 직원은 "70세가 넘은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은평구 아파트를 찾은 박 시장은 은평구 시니어클럽이 지원하는 '어르신택배' 카트를 몰고 아파트로 직접 배달했다. 택배 체험이 끝난 뒤 박 시장은 "택배를 체험해 보니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좋은 사업인 것 같다"며 "서울은 아파트 단지가 많기 때문에 전역에 확대해 어르신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겠단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CJ대한통운,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시니어클럽 서울지회 등 4개 기관과 이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어르신 택배' 체험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택배를 한 가정에 배달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숙박도 현장에서 해결하며 하루에 5~6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 시장은 "현장에 오니 많이 알게 된다. 그 전엔 몰랐던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