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아파트 월세 급증 "비자발적 월세로 부담 가중"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가속화되면서 비자발적 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소재 아파트의 월세 거래량은 전년동기대비 30%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비자발적 월세수요로 인한 고정비 지출 증가는 가계소비와 내집마련 여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셋값 상승보다 집값 오름세가 더디고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전·월세 거래량은 10만5038건으로 전년동월(10만8365건) 대비 3.1% 감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임차유형별로는 전세(5만6940건)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줄었다. 반면 월세(4만8098건)는 전년동월대비 13.2% 증가했다.

월세 거래량 증가는 지방보다 서울이 두드러졌다. 서울은 지난해 동기대비 전세거래량이 22.3% 감소한 반면 월세는 18.6% 정도 거래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방은 전세가 9.1% 줄어든데 비해 월세는 6.8% 늘었다.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은 순수월세 제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8%로 전년동월(39.2%) 대비 6.6%포인트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전세 거래량 비중이 줄어든 셈.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유형별로는 아파트(4만5681건) 전·월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감소했다. 반면 연립·다세대 등 아파트 외 주택(5만9357건)은 전년동월대비 2.2% 증가했다.

아파트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전세는 20.9% 줄었으나 월세는 1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외 주택은 전세가 5.8% 감소했으나 월세는 12% 늘었다. 특히 서울 강남3구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전세는 31.4% 줄었으나 월세는 30.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비자발적 월세 수요로 소비 여력 감소 등을 우려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비자발적 선택이 늘고 있는데 이는 주거비용 증가로 귀결되고 결국 가계소비와 내집마련 여력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세입자의 경우 월세를 내고라도 눌러앉으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거부할 경우 주거하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연립·다세대등의 임대차거래 증가는 주거하향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교수는 "비자발적 월세 수요는 결국 주거비 상승 문제로 이어지는데 저소득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종국에는 주거 상향이 아닌 주거 하향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세 전환 가속화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위원은 "전세 물량 감소로 전세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전세가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길 원하고 있다"며 "특히 저금리 상황에서 이 같은 월세 가속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