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 집필 않겠다" 거부 선언 확산(종합)

14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문사회캠퍼스에서 한 학생이 게시판에 부착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관련 대자보를 읽고 있다./뉴스1

역사 학자들의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연세대를 필두로 성균관대, 중앙대 등 주요대학 사학과 교수들이 잇따라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한국외대·성균관대·서울시립대·중앙대 등 4개 대학 사학과 교수 일동은 15일 성명을 내고 "국정교과서의 집필 참여를 거부할 뿐 아니라 국정교과서 제작과 관련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역사를 국정화하는 것은 독재체제에서나 행하는 일"이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지침에 따라 편찬된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인식과 창의력, 상대방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민주주의적 사고능력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이화여대 역사학 관련 교수들도 국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 거부 성명서를 냈다. 교수들은 "국정화는 시대착오적, 비민주주의적, 비교육적이고 21세기 국제적 상식에 현저히 어긋난다"며 "국정 교과서 집필을 포함해 국정화와 관련된 모든 절차에 협력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집필 거부 움직임은 국립대에서도 이어졌다. 부산대 역사 관련 학과 교수 전원은 이날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이 보장되지 않은 조건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때 역사학자로서의 전문성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며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이로써 교수들이 집필 거부 선언을 한 대학은 이틀만에 △한국교원대(8명) △연세대(13명) △고려대(22명) △경희대(9명) △한국외대·성균관대·서울시립대·중앙대(29명) △이화여대(9명) △부산대(24명) 등 10곳(114명)으로 늘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대 역사 관련 학과 교수들도 집필 거부 선언을 준비 중이며 덕성여대, 숙명여대 등의 사학과 교수도 조만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향후 제작할 국정 교과서 필진 모집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2일 국정화 방침을 발표하며 "이미 내락된 집필진이 있다"고 말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필자 명단이 공개되면 '어용 교수'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국정화 교과서의 최종 발행인은 교육부이기 때문에 저자가 쓴 내용도 결국 교육부가 마음대로 손을 댈 수 있는 구조"라며 "결국 교육부와 연결된 일부 '어용 학자'들만이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