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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 칼럼] 이재용 실용주의에 담긴 뜻

박종면칼럼 더벨 박종면 대표 |입력 : 2015.10.19 06:54|조회 : 8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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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놓고 현대차그룹과 맞붙을 당시 삼성이 써낸 가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삼성 본사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하면 대단히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삼성은 그 후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에는 아얘 나서지도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총수로 전면에 나서면서 드러난 특징 중 하나는 이런 실용성이다. 삼성은 삼성전자 본사 기능을 현재의 서초사옥에서 공장이 있는 수원으로 옮기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래 전 이미 삼성전자 본사 기능의 수원 이전을 제기했지만 그럴 경우 인력이탈 등이 우려돼 고심했다고 한다.

삼성은 이와 함께 서울 세종대로의 삼성생명 빌딩을 매각하고 삼성생명 본사를 서초사옥으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소식통들은 다만 삼성 측이 신한금융그룹 등에 제시한 가격이 3.3㎡당 3000만원을 넘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성은 그룹 전용기를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나 업무용 차량을 대형 세단 ‘에쿠스’에서 ‘체어맨’으로 바꾸는 것 등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다.

경영권을 이어받을 젊은 총수가 으스대고 과시하기보다 합리성과 실용성을 중시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후계자가 겸손 모드를 유지하는 한 대형 사고는 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성의 의미를 이 정도로 해석한다면 그건 단견에 불과하다. 요즘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보여주는 실용주의에는 더 깊은 뜻이 있다. 다른 기업들은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에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7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실증분석을 토대로 한 번 매출이 정체된 기업이 2~3년 계속 정체될 확률은 60~70%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또 기업의 매출 정체가 3~4년 지속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다. 1997~1999년 외환위기 때도 성장세를 지속한 삼성전자는 2013년 매출액이 정점을 찍은 이래 2014년 크게 떨어졌고 올해도 하강 정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내년 전망도 어둡다.

성장절벽 또는 매출절벽 앞에 선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선택할 길은 많지 않다. 연간 50조~100조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획기적 신사업이 있다면 절벽을 가볍게 뛰어넘겠지만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설령 구글의 무인차나 스마트안경, 인공지능 분야를 삼성이 갖고 온다 해도 당장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선택할 길은 한 가지 밖에 없다. 매출감소와 수익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운사이징을 하는 것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에 담긴 깊은 뜻은 바로 이것이다. 부동산도, 유휴인력도, 하다못해 자신이 타고 다니는 비행기와 자동차도 줄일 수 있으면 줄여서 최대한 현금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마련한 현금으로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버텨낸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모든 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위기대응전략을 확실히 정한 것 같다. 1등 삼성이 이런 계획이라면 국내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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