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목표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밀튼 프리드만 교수는 통화정책의 목적을 통화 자체가 경제활동의 교란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생산자와 소비자, 기업과 노동자 할 것 없이 모든 경제주체가 앞으로의 물가수준이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일지 예상할 수 있어서 경제활동을 거침없이 할 때 경제가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기업은 연초에 경영목표를 설정할 때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함께 예상 물가상승률을 전제조건으로 두고 기획을 합니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예상 물가상승률에 바탕을 두고 임금협상을 합니다.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관계에서도 예상 물가상승률은 금리에 반영됩니다. 정부도 예상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가지고 세입세출 계획을 세웁니다. 물가상승률이 널뛰기를 하면 불확실성이 커져서 경제활동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데 주저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목표제를 기본 프레임워크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와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시작되어, 이 제도에 대해 시큰둥했던 미국 중앙은행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발도상국과 신흥선진국에서도 차츰 도입되어 도입한 국가가 이들 그룹의 20%에 육박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히 물가목표제 붐(boom)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이유는 중앙은행이 미리 물가안정목표를 공표하여 경제주체의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관리하는 편익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모든 경제변수를 활용하여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예측하고, 돈의 양을 조절해서 물가상승률 예측치가 목표치에 수렴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렇다 보니, 달성하지도 못 할 목표는 뭣 하러 설정하는지, 달성하려는 의지는 있는지 하는 얘기가 나옴직 합니다. 그런데 물가목표제의 핵심은‘달성해야 하는 성과목표’와는 조금 다릅니다.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성과 목표라기보다는, 경제주체의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수준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경제활동을 자극하면서도 과도한 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는, 우리 경제에 가장 적합한 수준의 가이드라인 말입니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물가목표제는 결국 중앙은행이 일반 국민과 소통하는, 매우 중요한 중장기적인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가이드라인 보다 물가수준이 낮으면 경기가 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구나, 반대로 높으면 경기가 바람직한 수준보다 과열의 위험이 있겠구나,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의 물가안정목표제는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 성격의 단일 수치로 되어 있지 않고 2.5-3.5%의 범위로 되어 있으니 이 범위에 들어가면 성공, 벗어나면 실패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게다가 실제 물가가 범위 안에 있을 때는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기도 까다로와집니다. 3년의 적용기간을 정해두고 있으니 3년마다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를 따지게 됩니다.

2013~15년 기간의 경우에는 실제 물가상승률이 한 차례도 목표범위에 들어간 적이 없이 하한선 아래에서 머물렀으니 성과목표의 기준으로 보면 참패입니다. 그렇다고 3년의 기간 후반부에 목표범위를 지키겠다고 인위적으로 돈을 풀어 물가를 올리는 무리수를 두는 것은 더욱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목표 수준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물가목표 범위의 폭은 차이가 있었지만, 그 중심선은 2001년 이후 줄곧 3%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미국, 유로지역, 일본 등 선진국을 포함하여 많은 국가들이 2%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러시아, 브라질처럼 우리보다 높은 나라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를 따라갈 것은 아니겠지만 2001년과 2016년, 한국경제의 구조와 환경이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물가목표제에 사용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가뜩이나 일반국민의 체감물가와 동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으니, 인플레이션 분석을 위한 보조자료를 한두 개 생산해서 (시험 삼아 내부적으로라도) 소비자물가지수와 복수(dual guideline)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지요. 물가안정목표제는 결국 통화정책이 일반국민과 소통하는 통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