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냄새 맡은 메리츠, 잇츠스킨에 1000억 투자

메리츠종금증권 (6,100원 ▼200 -3.17%)이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화장품 제조사 잇츠스킨에 1000억원의 뭉칫돈을 지분 투자했다. 상장 후 주가 상승으로 인한 매매차익을 노리는 프리IPO 거래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자산운용본부를 통해 잇츠스킨 지분 8%에 1000억원 가량의 가치를 설정하고 투자를 집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초 올해 1분기에 칼라일이 (잇츠스킨에) 상장 전 투자를 하려고 했지만 기업가치 평가의 문제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고 2분기에는 메르스 사태로 회사 실적이 떨어져 딜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잇츠스킨이 상장 심사를 신청하고 실적도 회복되면서 기업공개 후 주가전망이 밝아 거래가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달 초 이중 200억원 어치의 물량을 자사의 고객들에게 풀었다. 잇츠스킨 신탁상품을 만들고 사모펀드를 조성해 투자가 배분을 완료한 것이다. 상장을 가시권에 둔 예비 기업이 내놓은 대주주 물량을 투자가를 섭외해 특정금전신탁 형태의 구조로 상품을 만들어 판 거래다.


메리츠증권의 1000억원 투자는 자산운용본부를 통해 이뤄지고 고유계정의 PI(자기자본투자) 성격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수익이나 손실이 메리츠증권의 자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다. 메리츠증권은 신탁상품 외에 남은 800억원의 물량 중에서 300억원은 셀다운(재매각)하고 500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메리츠증권을 이끄는 최희문 사장은 최근 1년여간 아이엠투자증권 합병과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회사 자본금을 1조6000억원대로 2배 이상(2013년 말 7145억원) 늘렸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최 사장은 지난 2년간 자기자본의 레버리지 투자가 필요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분야에 집중해 큰 성과를 거뒀다. 중소형 증권사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발휘한 것이다.

최 사장은 올해부터는 비상장 기업의 지분 투자와 같은 기업금융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형 증권사가 손대는 IPO와 M&A 분야까지 영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성장기업과 시장을 초기에 매개하고 동반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메리츠의 잇츠스킨 지분투자는 주당 15만5000원 안팎에 이뤄졌다. 이어 300억원의 물량은 약 19만원에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유안타증권 등이 동양자산운용과 함께 100억원 어치를 매입해 고객들에게 다시 판매했다.

잇츠스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00억원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19만원의 주가는 PER(주가수익배율)이 30배에 이르는 고위험 투자에 해당한다. 잇츠스킨이 주당 19만원의 가치라면 전체 100% 지분의 평가액은 약 1조5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거래 관계자는 "1000억원 어치를 빠르게 거둬들여 이를 익스포져(위험노출액)로 두지 않고 빠르게 차익을 내고 판매한 거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