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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밖 과학]'뽁뽁이'가 없었다면 IBM도 없었다

<7>포장재로 개량 후 1970년 히트상품 부상…韓선 원래 기능인 단열재로도 활용

국경밖 과학 머니투데이 이성규 객원기자 |입력 : 2015.10.29 09:00|조회 : 22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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뽁뽁이/사진=인터파크
뽁뽁이/사진=인터파크
지난 1월 국립국어원에서는 포장재나 단열재로 사용되는 에어캡의 순우리말로 '뽁뽁이'를 공식 등록했다. 그런데 사실 에어캡도 정식 명칭이 아니라 유럽에서 판매되는 상표명일 뿐이다. 1957년 미국에서 탄생한 이 발명품의 정식 이름은 '버블랩'이다.

버블랩을 최초로 만든 실드에어 사는 뉴저지주 호손시에서 매년 1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뽁뽁이 발명 기념일을 축하하는 행사를 벌인다. 그런데 2013년 1월 이 행사 개최 당시 아주 특별한 세계 신기록이 기네스북에 올랐다. 호손고등학교 학생 366명이 동시에 버블랩, 아니 뽁뽁이를 동시에 터트리는 진풍경을 연출하면서 '뽁뽁이 터트리기 최다 인원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것.

이후 이 기록은 7번이나 갱신돼 올해 1월에는 오랄로버츠대학교의 학생 및 교수, 직원 1011명이 세계 신기록으로 기네스에 이름을 올렸다. 뽁뽁이 터트리기가 이처럼 하나의 대회로까지 발전하게 된 인기 비결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으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라는 점 때문이다.

뽁뽁이를 발명한 사람은 미국의 엔지니어인 알프레드 필딩과 스위스 발명가인 마르크 샤반이다. 그들은 1957년 미국 뉴저지주 호손시의 한 창고에서 청소하기 쉬운 새로운 종류의 플라스틱 벽지를 개발하던 중 공기 방울이 툭 불거진 뽁뽁이를 탄생시켰다.

기상천외한 이 3D 벽지는 상류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인테리어 소품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냈으나 정작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미관상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이 새로운 발명품을 뭔가 다른 용도로 판매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거듭하다 온실 단열재용으로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

그 역시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당시 이미 사용 중이던 비닐하우스를 대체할 만한 장점이 뚜렷하게 부각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발명품이 어딘가에는 꼭 필요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 같은 믿음이 현실로 바뀌게 된 계기는 마르크 샤반의 여행에서 비롯됐다.

◇비행기 여행 중 포장재 아이디어 떠올려

어느 날 비행기를 타고 가던 그는 창밖의 구름을 보고는 뽁뽁이를 포장재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여행에서 돌아온 샤반은 즉시 필딩과 상의해 실드에어라는 회사를 설립한 후 뽁뽁이를 버블랩이란 브랜드의 포장재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뽁뽁이의 첫 번째 포장 대상 물품으로 주목한 것은 IBM에서 내놓은 대형 트랜지스터 메인프레임 컴퓨터 '1401'이었다.

1959년에 출시된 이 컴퓨터 모델은 내장 프로그램과 코어 메모리를 갖추고 있어 모든 종류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는 다양성으로 인해 1960년대 초반에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세계 최초로 1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1967년에 우리나라의 경제기획원이 도입한 국내 컴퓨터 1호도 바로 'IBM 1401'이다. 실드에어에서는 마케팅 담당자를 IBM에 보내 깨지기 쉬운 물건을 뽁뽁이로 포장한 뒤 낙하시키는 안전성 시연까지 직접 해 보였다.

고가의 컴퓨터 운반을 위해 안전한 포장재가 필요했던 IBM에서는 1961년부터 뽁뽁이를 제품 포장에 활용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뽁뽁이는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뽁뽁이가 포장재로서 서서히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마르크 샤반은 1964년에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등록된 특허 명칭은 '라미네이트 완충제 제조 방법'이며, 발명자는 마르크 샤반이었다. 실드에어 사는 현재 매출 9조원에 26만여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그런데 뽁뽁이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벽지 및 단열재라는 원래의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마다 외부의 한기를 차단하는 용도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 겨울철 한기에 특히 취약한 곳이 창문과 현관인데, 이곳을 통한 열손실량은 집 전체의 약 40%에 달한다.

따라서 가격이 싸면서도 설치가 간편한 뽁뽁이를 창에 붙여 열 손실을 줄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뽁뽁이의 비닐 사이에 들어 있는 공기는 열 전도율이 유리의 40분의 1에 불과해 단열 소재 중 열 전도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요즘엔 세라믹 물질이 첨가된 특수 필름을 부착해 보온 효과를 높인 뽁뽁이를 비롯해 인기 캐릭터나 무늬 등이 그려진 컬러 뽁뽁이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지난해 건설기술연구원에서 행해진 실험에 의하면 바깥 온도가 영하 15도인 상황에서 뽁뽁이를 창문에 붙이는 것만으로 실내온도를 2.5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으로 눌러도 터지지 않는 신제품 출시

버블랩의 출시 이후 '비닐 에어 쿠션' 등 다양한 포장재를 개발해온 실드에어사는 지난 7월에 '아이버블랩'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의 뽁뽁이가 처음부터 부풀려진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운송 및 물류창고 저장 시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아이버블랩은 기존의 뽁뽁이와 달리 납작한 비닐 시트 형태로 판매되며, 사용할 때 전용 펌프로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이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부피가 50분의 1로 줄어들어 그만큼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이 제품이 출시되자 일부 소비자들은 기존의 뽁뽁이 제품을 계속 출시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SNS 등에서 벌이고 있다. 이유는 새로 출시된 아이버블랩의 경우 손으로 눌러도 공기 주머니가 터지지 않아 뽁뽁이 터트리기 놀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버블랩은 사용시 전용 펌프로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이라 공기 주머니와 주머니 사이가 연결돼 있어 손으로 공기 주머니를 누르면 안에 있는 공기가 터지지 않고 다른 주머니로 이동하게 된다. 현대인들은 포장재와 단열재라는 기존 용도 외에 노리개라는 새로운 기능을 뽁뽁이에 또 다시 부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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