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불안', '고용불안'…우리는 왜 불안할까?

“인문계 대학생 58% ‘취업 불안’, 취업해도 불안한 20대, 3년내 퇴사 비율 83.5%, 취업·고용불안으로 국민 76% ‘자녀에게는 전문기술직’ 권하고 싶다, 힘들게 스펙 쌓아 취업해도 고용불안에 떠는 청년, 불안한 미래탓 연애도 못하는데 결혼은….”

이 헤드라인은 최근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취업 관련 뉴스의 문구들이다. 도전, 혁신, 열정, 젊음 등 청년들을 표현하는 긍정적이고 힘찬 단어들과 함께 회자되는 단어는 '불안, 두려움, 걱정'일 것이다.


“면접을 잘 보지 못할까봐 불안해요.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막연히 불안하다는 생각이 있어요. 미래가 불안하다 보니 초조한 마음이 들고 현재 삶에 집중하지 못하겠어요.”

현장에서 학생들과 만나 상담을 하다보면 마주하는 흔한 고민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오늘의 삶과 미래에 맞이할 삶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한다.

몇 년 전 인문학자 강신주는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출간했다.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인간이 느끼는 48가지의 감정들을 세세하게 풀어놓았다. 사내는 울지 않는 것이며 침묵은 금이라는 불문율이 통했던 우리 사회에 최근 몇 년 간 심리학 서적, 힐링 서적 열풍과 함께 ‘감정’의 세세한 부분을 다룬 콘텐츠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학생들과 일선에서 취업 상담을 하며 가장 많이 듣는 단어 ‘불안’을 주제로 책을 쓴 작가가 있다. '여행의 기술',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등으로 한국인에게는 이미 너무도 친근한 알랭 드 보통이다. 그는 ‘불안’이라는 책을 통해 현대인들이 가지는 불안의 원인과 그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불안함을 느끼는 원인을 사랑 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라는 다섯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고, 이의 해법으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다섯 가지의 원인 중 능력주의 부분은 현재 우리 사회의 불안의 원인을 신분제와 세습제 이후의 능력주의 사회의 도래로 해석하고 있다.

"능력주의 사회의 이상 덕분에 다수가 자신을 실현할 기회를 얻었다. 수백 년 동안 부동의 계급제도 내에 억눌려 있던 재능 있고 똑똑한 개인들이 이제 전체적으로 평평해진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재능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출신, 성별, 인종, 연령은 개인의 발전에서 넘을 수 없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보상의 분배에 마침내 정의의 요소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가피하게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성공을 거둔 사람이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면, 실패한 사람 역시 그럴 만해서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능력주의 시대를 맞아 정의는 부만이 아니라 빈곤의 분배에도 관여하게 된 것이다. 낮은 지위는 이제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그래 마땅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p107~108)"

저자 알랭 드 보통은 이 사회에서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환경을 이 시대를 지나간 여러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눈으로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 냉장고 안에 있는 흔한 재료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요리를 만드는 쉐프처럼 그의 책의 시선은 매일매일의 삶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역사와 시대를 관통하여 오늘의 현상을 하나의 줄기로 꿰는 그의 책을 읽으면 매 챕터별로 다른 맛이 난다.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막연하게 불안함을 느끼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거의, 아니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면접에서 불안감을 떨쳐내고 자신 있게 말하는 법 등의 당장 내일 취업 준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상에 자리잡고 있는 불안감이라는 감정의 원인을 넓은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이것이 개인의 문제만이 아님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해법 또한 뾰족한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다시 해석하고 바라보며 불안감을 희석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안은 욕망의 하녀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일 수 있겠다고 생각할 때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불안을 느낀다.’라는 문장에 끌린다면 이 책은 겨울의 문턱에 선 취준생의 마음을 조금 더 따뜻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 '불안'(지은이 알랭 드 보통, 옮긴이 정영목, 은행나무,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50678, https://www.youtube.com/watch?v=Mc9AhtZHyVs - TED 동영상)

◇ 취업 컨설턴트 최경희씨는… 변화하는 기술과 미래의 직업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 지난 10년간 교육 분야에서 일을 했으며, 인크루트와 폴앤마크에서 교육 기획자와 강사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