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번역오류 23%→8% 일등공신은 '머신러닝'

텐서플로어

"대학과 연구소에서 '텐서플로어'를 활용하면 할수록 우리 서비스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


"검색과 광고, 유튜브, 구글 플레이 등 모든 제품에 머신러닝을 적용하고 있다. 3년전에 불가능했던 서비스를 곧 누리게 될 것이다."(그렉 코라도 인공지능(AI)·계산신경과학·확장형 머신러닝 연구자)

구글은 10일 일본 도쿄 롯본기 힐즈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텐서플로우'라고 명명한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외부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텐서플로어'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SW(소프트웨어)를 개발·공유하는 일종의 라이브러리(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는 부분 프로그램들을 모아 놓은 것)이며, '머신러닝'은 기계가 마치 사람처럼 학습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예측하는 기술이다.

텐서 플로어는 구글이 AI 기술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을 향한 공세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한 전략도구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이른바 '초연결사회' 패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사진=구글

◇구글, 'AI 서비스' 2단계 속성 전략 착수

구글은 그간 'AI 스타트업'의 블랙홀로 불렸다. 구글은 'AI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인수합병 정책을 펼쳐왔다. 예컨대 구글은 먼저 머신러닝 일정관리 앱을 만드는 업체인 '타임풀'과 AI 업체인 '딥마인드' 등을 차례대로 인수했다.

또 지난 9일 '플라이랩'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플라이랩은 사진·동영상을 쉽게 편집하는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업체다. 뿐만 아니라 구글은 100개가 넘는 내부 머신러닝 프로젝트팀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이 그간 관련 업체를 인수하고,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의 '폐쇄형' 1단계 전략에 열을 올려왔다면, 2단계 전략은 스타트업과의 상생협력을 도모하는 '개방형' 생태계 구축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렉 코라도 인공지능(AI)·계산신경과학·확장형 머신러닝 연구자/사진=구글

구글의 머신러닝의 최전방을 책임져 온 그렉 코라도 연구원은 텐서플로어에 대해 "AI 벤처 등 외부 개발자들도 무료로 쓸 수 있으며, CPU, GPU, 모바일 분야 등 컴퓨팅 전 분야에서 머신러닝 기반의 새로운 상품·서비스를 신속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화상회의를 활용해 이날 참여한 8개국 기자들과 원격 대화를 나눴다. 그는 텐서플로어를 통해 구축하게 될 머신러닝 생태계가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슈미트 회장은 기자들과 인터뷰 내내 "신속하게"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또 그는 "5년 뒤엔 머신러닝이 모든 산업에 적용될 것이며, 구글의 AI 서비스는 보다 인간친화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어 "SW 개발 경진대회에서 매번 아시아 출전자가 최우수상을 받아왔다"며 "(텐센플로어를 통해)머신러닝은 아시아 개발자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회를 주도한 제시카 파웰 구글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머신러닝은 구글 인터넷 서비스의 주요 차별점이 될 것"이라며 "그들(IT스타트업)에게 텐센플로어를 통해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고, 빠른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최상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번역오류 23%→8%↓…머신러닝은 서비스개선 일등공신

구글의 머신러닝 기능은 순항중이다. 이날 발표에선 구글의 서비스 체질을 AI로 점차 바꿔가는 단계별의 성과도 함께 발표됐다.

슈미트 회장은 "구글 음성·정보 검색은 매우 오랫동안 제공돼 온 구글 서비스지만, 머신러닝을 통해 최근 2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는 "구글의 번역은 인식 오류율이 기존 23%에서 8%로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 머신러닝을 활용해 섬네일(미리보기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낸다.

'구글 나우' 역시 머신러닝이 적용된 분야다. 음성인식률을 끌어올리면서 ‘AI 비서’로 진화하고 있다. 구글 나우를 사용하면 자동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항공편이 몇 시에 출발하는지, 저녁 약속 장소에 제때 도착하려면 몇 시에 출발하는 지를 계산해 알려준다. 42개 언어로 번역이 가능한 구글 번역도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됐다.

자동으로 이메일 답장을 보내는 기술을 개발해 곧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람을 대신해 인공지능이 이메일 답장을 해주는 '스마트 답장(Smart Reply)' 서비스다. 예컨대 ‘이번 주말 뭐하세요’라는 이메일이 오면 인공지능이 '가족들과 함께 지낸다', '약속 없다', '주말당직이다' 등의 답신을 제안하고, 이용자는 이중 하나를 선택해 전송하면 된다.

◇앞서가는 구글, 바짝 쫓는 애플·MS·페이스북

한편, 구글의 독점을 저지하려는 경쟁사 도전도 만만치 않다. 머신러닝을 둘러싼 인재 유치 경쟁은 이미 불이 붙은 형국이다. 애플은 86명의 머신러닝 전문가를 채용했으며, 지난 몇 년간 관련 인력을 3배 늘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AI 인프라를 보강하고 있다. 지난 1월, MS는 머신러닝 스타트업인 ‘이퀴비오’를 인수했다. 텍스트 분석의 특별한 재주를 가진 회사다. MS는 이 기술을 ‘오피스365’에 적용, 사용자가 대용량 데이터를 관리하기 쉽도록 할 계획이다.

페이스북도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페이스북AI연구팀’을 꾸려 박사급 인재를 수혈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의 대가 얀 리쿤 뉴욕대 교수를 영입했다. 또 인수할 AI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물색 중이다. 음성인식·명령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윗에이아이'가 페이스북 패밀 리가 된 대표적인 예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오는 2025년 머신러닝을 포함, 인공지능을 통한 지식노동 자동화의 파급효과가 연간 5조 2000억~6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