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 투자, 美 금리인상 복병 만나나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이제 배당주 투자의 계절이 왔습니다. 올해는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혜택도 있으니 더욱 유리합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으레 증권가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게 바로 배당주 투자다. 올해는 특히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혜택도 있어 더욱 유리한 투자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복병이 등장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0월 고용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자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폭 높아진 것이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70%에 달한다. 한 달 전만 해도 FRB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2% 정도에 불과했으니 시장전망이 얼마나 급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미국 금리 인상의 수혜주와 피해주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많은 경우 금리 인상이 배당주에 미치는 영향을 잘 모르거나 간과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배당주는 채권투자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채권금리가 낮은 상황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배당주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된다.

더군다나 올해부턴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도입으로 고배당주에 투자한 개인은 배당소득에 대해 9%(기존 14%)의 낮은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되고 또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엔 25%의 분리과세(기존 종합과세, 최대 세율 38%)를 선택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면서 배당주 투자의 매력이 더욱 부각됐었다.

그러나 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하면 그동안 배당주에 투자됐던 자금들이 대거 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금리가 올라가면 배당주에 대한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전에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채권투자를 위해 미리 배당주를 처분해서 자금 마련에 선제적으로 나서게 된다. 따라서 금리 인상은 배당주에게 악재가 된다.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배당주에서의 자금 이탈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있지만 대규모 자금이탈의 주체가 되는 기관투자가나 외국인은 당초부터 세제 혜택 적용대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당주에서의 자금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기준을 충족하는 상장기업이 많지 않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수가 의미 있을 정도로 많지도 않다.

다만 미국 금리 인상이 12월에 단행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곧바로 따라 올라갈 가능성이 낮아 당장 대규모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년 초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또 다시 기대치를 웃돌며 호조세를 이어나가면 추가적인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 질수록 저금리 시대의 대안이었던 배당주 투자의 매력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