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M 상장 여유 찾았다

패션 브랜드 MCM의 생산업체인 성주디앤디가 4년 만에 투자금을 모두 상환처리하면서 투자 조건이었던 IPO(기업공개) 시점에서 자유로워졌다. 성주디앤디의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25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성주디앤디는 아주·신한·IBK·KT캐피탈 컨소시엄이 보유 중이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다시 사들여 모두 상환했다.


홍콩계 투자자인 CDIB캐피탈에서 받은 투자금은 지난해 회계상으로 상환처리(230억원)했다. 다만 상환액 두고 성주디앤디와 CDIB캐피탈 간에 이견이 있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적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성주디앤디는 2011년 3월에 RCPS를 발행해 미래저축은행과 CDIB캐피탈에서 각각 150억원씩 투자금을 조달했다. 이 RCPS는 계약 후 5년 내에 IPO를 하거나 연 복리 12%의 이자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아주캐피탈 등은 2013년에 미래저축은행이 퇴출되면서 미래저축은행이 보유한 RCPS를 189억원에 매입했다. 이들은 투자 2년 만에 40%의 수익률을 거두는 성과를 냈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입장에서는 외부 투자자가 가진 우선주 지분이 모두 사라지면서 지분율이 85%에서 95%로 높아졌다.

성주디앤디가 이자를 더해 투자금을 모두 상환하면서 IPO 약정도 풀렸다. IPO 시점에서 자유로워진 성주디앤디는 기업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시점까지 상장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성주디앤디의 지난해 순이익(520억원)에 동종업계 평균 PER(주가수익비율) 20배를 적용하면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다만 최근 얼어붙은 공모시장과 명품시장의 역성장으로 기업가치가 생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성주디앤디는 2011년 투자를 받은 후부터 상장을 준비했으나 중국 진출과 국내 IPO시장 불황이 겹치며 상장을 계속 미뤘다. 특히 MCM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사세가 지속적으로 확장되자 기업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시기로 상장을 연기했다. 투자 유치 당시 310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830억원으로 3년 만에 88% 증가했다.

업계는 내년이 IPO를 약속한 마지막 해인 만큼 올해 성주디앤디가 상장에 나설 것으로 봤지만 회사는 RCPS 상환을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성주디앤디에서 IPO와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하고 있어 굳이 올해 IPO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가치를 감안했을 때 상환 규모가 크지 않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짧은 시간내에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어 서로 상환에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